[순천=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악몽 같은 2022년이었다. 서울 이랜드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후 원소속팀 전북 현대로 돌아왔지만, 장윤호(27·김포)의 자리는 없었다. B팀에 머물며 기회를 엿봤지만, 설상가상으로 부상까지 겹쳤다. 햄스트링이 끊어지는 중상이었다. 3개월 동안 쉬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탈출을 노렸지만, 부상 때문에 놓치고 말았다. 결국 1년을 통으로 날렸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함께 금메달을 딴 동료들이 카타르월드컵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2023년, 장윤호는 재기의 '칼'을 갈고 있다. 유스 시절부터 함께 한 정든 전북의 품을 벗어나, 김포FC에 새 둥지를 틀었다. 최근 부침이 있었다고는 하나, 전북에서도 알아줬던 유망주가 K리그2에서도 약체인 김포를 택한 이유, 오로지 뛰기 위해서였다. 김포가 2차 동계 전지훈련을 치르고 있는 전남 순천에서 만난 장윤호는 "뛰고 싶었다. 뛰지 못하니 나란 존재가 없어지고 잊혀지더라"라며 "서울 이랜드에서 함께 한 인창수 코치님과 계속 연락을 했다. 여름부터 관심을 보여주셨다. 시즌이 끝나고 다시 한번 제안을 주셨다. 경기도 못뛰고 있던 나를 계속 좋게 봐주시는게 고마웠다. 나를 믿어주는 감독, 코치님이 계신 팀인만큼, 큰 고민 없이 김포를 택했다"고 했다.
김포행, 지금까지는 대만족이다. 장윤호는 "김포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장비 담당도 없고, 비디오 분석관도 없었다고 하더라. 지금은 프로가 갖춰야 할 부분들을 다 갖추고 있다. 물론 전북에 비해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훈련하거나 생활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고정운 감독의 존재는 큰 힘이다. 장윤호는 "축구를 하면서 지도자에게 '아프면 쉬어라' 라는 말을 못들어봤다.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어느 정도 참고 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나. 그런데 고 감독님은 '아프면 쉬어라, 확실히 치료하고 대신 안 아프면 무조건 100%로 뛰어야 한다'고 하신다. 실제로 쉬고 있을 때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신다"며 "개인적으로 빨리 팀에 녹아들고 싶은 생각에 조급하기도 했고, 그러다 다시 다칠까봐에 대한 걱정도 있었는데, 감독님이 저렇게 말씀해주시니 마음이 편해지더라"라며 웃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이랜드 등으로 임대를 다니기도 했지만, 전북은 그의 가장 큰 울타리였다. 장윤호는 "전북 하면 힘들었던 기억 보다 좋았던 기억이 더 크다. 리그 우승,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이런 것들이 시간이 지나니까 정말 대단한 경험이었구나 싶다. 물론 경기도 못뛰고, 부상도 당하고, 힘들었던 순간도 있지만 좋은 감정들이 더 많다. 전북이 작년에 아쉽게 우승을 놓쳤는데, 올해 꼭 우승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새 출발에 나선 장윤호, 김포가 거는 기대도 크다. 장윤호는 "김포가 확실히 색깔이 있다. 많이 뛰는 축구를 했는데 올해는 볼을 소유했을 때 세밀한 움직임도 신경을 쓰신다. 가운데서 이 부분을 잘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일단 2023시즌, 장윤호의 첫 과제는 마음 편하게 한 시즌을 보내는 것이다. 그는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확실히 몸에도 영향을 미치더라. 참 힘들었다. 올해는 마음 편하게 축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목표도 '부상 없는 시즌'으로 정했다. 그는 "내년 이 맘 때 내가 이렇게 힘들게 운동해 부상 없이 잘 마무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순천=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