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나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주고 싶었다. 이대호 선배님 빈자리를 메워야 하니까."
은퇴 시즌에도 타율 3할3푼1리 23홈런 101타점을 올린 레전드가 떠났다. 남겨진 '후계자'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는 2023시즌 독특한 도전에 나선다. 이른바 '퍼포먼스 인센티브' 계약이다.
롯데 구단은 새 시즌을 앞두고 주요 선수들에게 새로운 계약을 제시했다. 하나는 예년처럼 확정된 보장 연봉을 받는 것, 또는 기본 연봉은 이보다 조금 낮지만 그 해의 성적에 따라 인센티브가 부여되는 조건이다. 과거 삼성 라이온즈가 시도했던 '챌린지' 연봉과 흡사하다.
롯데에서 퍼포먼스 인센티브를 선택한 선수는 한동희와 이학주, 단 2명 뿐이다. 한동희는 1억9260만원의 기본 연봉을 받고, 올해 성적에 따라 최대 2억668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학주는 최소 7200만원, 최대 9600만원이다.
이대호가 은퇴한 이상, 한동희는 롯데 타선의 중심이자 간판스타다. 홈런 수는 2021년보다 3개 줄었지만, OPS(출루율+장타율)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스탯티즈 기준)은 꾸준히 성장했다.
2억원을 밑도는 연봉도, 이 같은 퍼포먼스 조건도 다소 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KBO리그 6년차 최고 연봉 기록은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의 7억 5000만원이다.
단순 보장 연봉을 택했다면, 2억원 넘게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동희는 도전을 택했다. 인센티브 조건은 출전 경기수, 타석수, 타율, 홈런, OPS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다.
선발대보다도 앞서 선배 정 훈과 함께 괌으로 출국, 일찌감치 몸 만들기에 돌입한 상황. 한동희는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괌은 날씨가 정말 좋다"며 웃었다.
"구단에서 '안정적 연봉'과 '인센티브' 계약 두 가지를 제시했다. 나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싶었다. 이대호 선배님 없이 뛰는 첫 시즌이다.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이른 괌 캠프에는 이대호의 도움이 있었다. 한동희는 "이대호 선배님이 작년에 괌에서 훈련을 하셨다고 한다. 웨이트트레이닝 장소나 식당도 알아봐주시고,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셨다. 덕분에 (정)훈 선배님과 몸을 잘 만들고 있다. 현재 몸상태는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박흥식 수석코치는 한동희의 올시즌 성적에 대해 '3할 33홈런'을 공언했다. 이에 대해 한동희는 "원래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 편이다. 코치님 말씀대로 하면 되지 않나"라며 웃었다. 연봉 액수에 대해서도 '쿨'했다. 그만큼 자신감이 넘친다.
"갈 길이 멀다. 내가 잘하면 된다. 실력으로 보여주고 싶다. (인센티브가)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내가 해야하는 역할, 내야하는 성적이라고 생각한다. 인센티브를 다 따내고, 우리 팀을 가을야구에 보내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