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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지치고 오지영도 없이…페퍼의 홈 첫승,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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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페퍼저축은행이 감격적인 시즌 홈 첫승을 만들었다. 지칠대로 지친 상황에 팀 중심을 잡아주던 리베로까지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 기적이 일어났다.

페퍼저축은행은 23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시즌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의 4라운드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대1(26-24, 24-26, 25-23, 25-23)로 승리했다.

무려 홈 13연패를 끊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시즌을 포함해 홈 13연패에 빠져있었다. V리그 최다 불명예 기록이었다. 하지만 마침내 시즌 첫 홈경기 승리를 홈팬들에게 선물했다.

1세트에서 듀스 끝에 26-24로 이긴 페퍼저축은행은 2세트는 반대 상황에서 내줬지만, 3,4세트를 연속해서 잡았다. 특히 마지막 4세트 막바지에 23-23 동점이 될 수도 있는 위기에서 GS칼텍스 벤치의 2번 연속 비디오판독이 모두 페퍼저축은행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블로커 터치 아웃은 노터치, 공격은 라인을 벗어나 떨어진 것으로 판정되면서 페퍼저축은행이 매치포인트에 도달했다. 흐름을 탄 페퍼저축은행은 니아 리드가 승부를 끝내는 후위 득점을 올려 승리를 자축했다. 페퍼저축은행 선수단은 홈팬들 앞에서 한참동안 서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29득점을 올린 니아 리드 뿐만 아니라 박경현(17득점), 이한비(13득점)로 이어지는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물론 운도 따랐다. GS칼텍스는 외국인 선수 모마가 부상으로 이날 페퍼저축은행전에 결장했다. 강소휘와 유서연, 권민지가 분전했지만 모마의 빈 자리는 다소 아쉬웠다. 경기 내내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던 와중에 마지막 한 방이 터지지 않았다. 만약 모마가 있었다면 페퍼저축은행의 승부는 더 어려웠을 수 있다.

여러 악재가 끊임없이 덮친 페퍼저축은행이었다. 개막 전부터 주요 선수들의 부상 이탈, 시즌 아웃으로 '없는 살림'에 시즌을 시작한 페퍼저축은행은 시즌 도중 감독의 자진 사퇴로 현재 이경수 감독대행 체제다.

이경수 대행 체제에서 페퍼저축은행의 경기력은 확실히 발전하고 있었다. 따라붙는 힘이 생겼다. 다만, 클러치 상황에서 약점을 보여 20득점 이후의 범실과 허무한 실점이 최대 과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나아지고 있었다. 기록으로는 보이지 않는 '할 수 있다'는 끈끈함이 선수들 사이에서 생기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경수 대행은 웃을 수가 없었다. 주축 선수들의 작은 부상이 계속해서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23일 GS칼텍스전을 앞두고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트레이드 조항까지 공개됐다. 바로 올 시즌 GS칼텍스전에서는 트레이드로 영입한 리베로 오지영이 경기에 뛰지 않는다는 것. 트레이드가 급했던 페퍼저축은행이 조건을 수용하면서 트레이드가 성사됐지만, 사실 쉽게 납득할 수는 없는 조건이었다.

특히 오지영은 트레이드 이후 어린 선수들이 대부분인 페퍼저축은행 선수단에 힘을 불어넣었다. 숱한 경험을 거친 국가대표 리베로 출신으로 수비 안정감은 물론이고, 많은 조언을 해주면서 팀 중심을 잡았다. 그런 리더가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는 것은 치명타였다.

하지만 결국 해냈다.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에게 그동안 가장 필요했던 것은 '할 수 있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승리 경험이다. 첫 홈 승리이자 시즌 두번째 승리. 설 연휴에 뿌듯해지는 1승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