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현대건설이 인삼공사와의 묘한 악연을 떨쳐냈다. 그 중심에 베테랑 양효진과 황연주가 있었다.
현대건설은 14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시즌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KGC인삼공사 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1(23-25, 25-23, 25-21, 25-16)로 승리했다.
현대건설과 인삼공사는 올시즌 1~3라운드에서 모두 파이널까지 가는 경기를 치렀다. 현대건설이 2승1패로 우세했지만, 매경기 그 끝을 알수 없는 혈전이었다. 인삼공사는 올시즌 현대건설의 개막 연승(15연승) 행진을 끊어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날 경기도 치열했다. 5세트까지 가진 않았지만, 매세트 듀스에 가까운 혈투가 펼쳐졌다. 마지막 순간에 웃은 쪽은 베테랑 황연주와 양효진이 이끈 현대건설이었다. 이날 승리로 현대건설은 20승2패(승점 56점)으로 내홍에 휩싸인 흥국생명(승점 48점)과의 차이를 벌렸다. 인삼공사는 4연패 늪에 빠졌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1세트를 인삼공사에 내줬다. 초반부터 엘리자벳을 막지 못하며 12-15, 16-20으로 끌려갔다. 고비 때마다 아쉬운 범실이 나왔다. 상대의 4연속 범실을 틈타 23-23 동점을 만들었지만, 뒤집기엔 실패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저력은 2세트부터 빛났다. 인삼공사가 평소 현대건설에 강점을 보여온 이유는 정호영이 양효진 이다현과의 중앙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양효진이 팀 공격을 이끌었고, 2세트부터 본격 기용된 정지윤이 활력을 더했다.
현대건설의 날카로운 서브가 살아나면서 인삼공사의 수비조직력이 흔들렸고, 현대건설의 블로킹 벽이 높아졌다. 그래도 쉽지 않았다. 17-11까지 앞서던 경기를 19-17, 23-22까지 따라잡혔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상대 범실과 황연주의 노련미로 현대건설이 세트를 따냈다.
3세트 역시 초반 0-3으로 밀렸지만, 상대의 범실이 거듭되는 사이 8-5, 16-10으로 뒤집었고, 그대로 세트를 끝냈다. 양효진이 지배한 3세트였다. 박미희 해설위원은 지나친 수비부담으로 인해 공격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소영에게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정지윤과 양효진, 인삼공사는 엘리자벳과 정호영이 이끄는 4세트가 펼쳐졌다. 인삼공사의 수비 조직력이 살아나자 다시 대등한 경기가 펼쳐졌다. 하지만 고비 때마다 황연주가 전성기 못지 않은 앵글샷을 잇따라 꽂아넣었고, 블로킹에도 가담해 양효진(5개) 다음으로 많은 수(3개)를 잡아내며 20득점으로 팀내 최다 득점을 달성했다. 양효진(19득점) 정지윤(11득점) 이다현(10득점)의 득점 분포도 빛났다.
현대건설의 막강한 블로킹이 살아나며 14-12, 19-14로 차츰 차이가 벌어졌다. 블로킹 벽을 넘어도 김연견과 황민경의 디그를 뚫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수비가 견고했다. 황연주는 통산 4500디그, 김연견은 5500디그를 돌파하며 기쁨도 2배가 됐다.
반면 인삼공사는 디그는 좋았지만 서브 리시브와 2단 연결에서 여전한 약점을 노출하며 아쉬운 패배를 맛봤다. 1세트에 좋았던 서브가 밋밋해진 것도 아쉬웠다. 엘리자벳은 좋은 컨디션으로 31득점을 따냈지만, 팀이 받쳐주지 못했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