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DL이앤씨의 시공 현장에서 5명의 근로자가 숨을 거두며 기본적인 안전조치와 안전 관리시스템 미흡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DL이앤씨의 시공 현장을 조사해 400여건에 달하는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7억여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지난해 목숨 잃은 근로자만 5명…예방 조치 의무 위반 사업장 '불명예'
지난해 1년간 DL이앤씨 공사 현장에서는 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5명의 근로자가 숨졌다. 포스코건설, 호반건설, 대방건설 등 주요 건설사에서 지난해 사망사고가 1건도 없었던 점과 대조적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DL이앤씨의 전신인 대림산업은 지난 5년(2017~2021년 5월 31일)간 재해사망자와 재해 사고 발생 건수가 전체 기업 중 2위였다. 해당 기간 대림산업에서는 18건의 중대재해에서 18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1년에 3~4명이 현장에서 사망한 셈이다. 이어 GS건설,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현대엘리베이터, 한신공영, SK에코플랜트 순이었다. 전체 1위는 대우건설(중대재해 24건·사망 25명)이었다.
DL이앤씨는 사망사고 당시 부실 대응 논란까지 일며 국내 시공능력평가순위 3위를 자랑하던 명성에 먹칠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DL건설의 경기도 광주의 안성~성남 간 고속도로 건설 공사 현장에서는 크레인 보조 붐대 연장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붐대 위에서 3m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회사 안전관리자들은 사고 직후 동료 근로자의 119 신고를 취소하게 하고 회사 차량을 이용해 근로자를 병원으로 이송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근로자는 일주일 뒤 사망했다.
앞서 지난해 3월 서울 종로구의 GTX-A 건설 현장에서는 전선드럼에 깔려 근로자 1명이 숨졌고, 4월에는 경기 과천시 공사 현장에서 토사 반출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굴착기에 끼어 사망했다. 8월에는 경기 안양시의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2명이 바닥 기초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부러진 펌프카 붐대(지지대)에 맞아 사망하기도 했다.
DL이앤씨 근로자의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이유로는 안전조치 및 안전관리 시스템의 미흡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용부는 최근 4차례에 걸쳐 DL이앤씨가 시공하는 주요 현장 67곳을 감독했고, 65곳에서 459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이 중 158건을 사법 조치하고, 301건에 대해 7억77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조사 결과, DL이앤씨는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안전장치 설치 등 조치를 현장에서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8곳의 현장에서 안전난간 미설치, 거푸집·동바리 조립도 미준수 등 안전조치 위반사항 158건이 적발됐다.
자세히는 안전난간·작업발판 등 추락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조치 미준수 위반사항이 67건, 거푸집 동바리 조립도 미준수, 지반 굴착 시 위험방지 조치 미시행 등 위반사항 40건, 기계·장비 안전조치 위반 8건, 자재 전도 방지 미조치 등 기타 안전관리 위반사항은 43건이었다.
근로자에 대한 안전 관리 교육과 시스템 역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의 18곳을 포함한 65곳에서는 안전보건교육 미실시, 유해 위험방지계획서 부적정 관리 등 안전보건 관리시스템 위반사항 301건이 드러났다. 세부적으로는 관리자 및 근로자 안전보건교육 미실시 99건, 유해·위험방지계획서 미제출 및 설계변경 미반영 17건, 근로자가 참여하는 소통체계 구성·운영 미흡 13건 등이다.
▶사망만인율 높은 사업장 포함…중대채해처벌법 적용 관심
고용부는 이같이 산업재해 예방 조치 의무를 위반한 DL이앤씨를 지난달 28일 근로자 1만명당 산재 사고 사망자 수인 사망만인율이 높은 사업장에 포함시켰다.
고용부는 이번 감독 결과를 DL이앤씨 경영책임자에게 통보해 개선을 요구하고 재발 방지대책 수립의 이행을 명했다.
류경희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건설 현장에 산재한 위험 요인을 효과적으로 확인하고 개선하는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경영자는 조직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필요한 자원을 배정해야 하며, 근로자는 안전개선 제안활동, 아차사고 신고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망사고가 다발한 건설사의 경영자는 다시 한번 조직의 운영상황을 진단해 문제 원인을 찾고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DL이앤씨 관계자는 "건설 현장 사망사고의 원인과 관련해서는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이고,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도 기다리고 있다"며 "조사 당국에서 결과가 공식적으로 나오면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로자에 대한 안전 대책이나 교육 등은 꾸준히 진행하고 있었고, 향후에도 안전 보건 교육 등 대책 마련에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DL이앤씨에 대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적용이 가능할 지에 대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21년 1월 26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을 내리도록 한 법안이다. 법원은 경영책임자 등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법인에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릴 수 있다.
현재 고용부는 지난해 DL이앤씨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모든 사망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여부를 엄중히 수사 중이다.
DL이앤씨가 국내 '1호'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기업이 될 경우 'e편한세상'의 브랜드 가치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법인이 부담해야 할 벌금 액수 역시 많게는 수십억에 달할 것으로 보여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실적악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 4건의 사망사고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며 "수사범위가 광범위하고, 시행한 지 얼마되지 않아 선례도 없다보니 수사에 상당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