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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있는데 리빌딩이라니…우승 원하지 않는 프로팀이 있다 [SC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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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공격종합 1위, 오픈 2위, 시간차 1위, 득점 6위(토종 1위).

올해 35세지만, '배구여제'는 건재하다. 코트를 호령하는 존재감이 여전하다.

그런데 그 소속팀이 V리그 우승을 노리지 않는다. '신예 선수를 쓰라'며 사령탑의 선수 기용마저 간섭했다. 그리고 리그 2위를 달리던 지도자에게 갑작스런 결별을 통보했다.

흥국생명은 지난해 4월 권순찬 감독을 선임할 당시에도 리빌딩을 강조했다. 이미 타 팀 사령탑으로 여러차례 하마평에 올랐던 인정받는 지도자다. 이미 김종민, 강성형 등 남자배구 출신 사령탑들이 여자배구에서 성공을 이뤘다. 권 감독에게도 적지 않은 기대감이 쏠렸다.

박혜진은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국가대표팀에 뽑힐만큼 기대받는 세터였다. 미들블로커에도 이주아-김채연 듀오에 신인 임혜림도 기대받는 선수다. 아웃사이드히터에는 김다은과 정윤주, 신인 박수연이 있었다.

그런데 2개월 뒤 김연경이 흥국생명에 복귀하면서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당시만 해도 권 감독은 거한 취임 선물을 받은 모양새였다. 사령탑이 '리빌딩' 대신 '우승 도전'으로 목표를 수정하는 건 당연한 일처럼 보였다.

다만 김연경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FA가 된다. 여기서 구단과 감독 사이의 시각 차이가 발생했다. 이어 박혜진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면서 흐름이 미묘해졌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6위팀이다. 밑에는 신생팀 페퍼저축은행 뿐이었다. 올시즌 흥국생명의 상승세는 권 감독과 김연경이 의기투합해 분위기를 끌어올린 결과였다.

김연경은 아직 월드레벨의 선수다. 유럽 등 해외에서 더 뛸 수 있었지만, "한국 팬들 앞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이유로 V리그 복귀를 결정했다.

권 감독은 김연경의 파트너로 신예 김다은을 낙점해 시즌 초를 운영했다. 막상 개막하고 보니 여의치 않았다. 리시브 약점이 드러나자 집중 공략 대상이 됐다. 결국 베테랑 김미연을 중용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김연경을 비롯해 리베로 김해란, 아웃사이드히터 김미연, 미들블로커 김나희까지 30대 선수가 4명 포함된 주전 라인업이 구성됐다. 세터 김다솔 역시 27세로 나이가 적지 않다. '신예'로 분류할 만한 선수는 4년차 이주아 뿐이다.

당초 3강으로 함께 거론되던 GS칼텍스를 제치고 현대건설과 양강 구도를 이뤘다. 현대건설이 연승을 달리는데도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지난달에는 신인 지명권을 내주고 이원정을 영입해 빈약했던 세터진을 보강했고, 이를 통해 연말인 29일 현대건설을 상대로 승리를 따냈다. 2021년 1월 8일 이후 726일만의, 9연패를 끊어낸 승리였다.

향후 1위 등극은 물론 챔프전 우승도 노려볼만 했다. 시즌 전만 해도 "봄배구가 목표다. 우승을 이야기할 만한 입장이 아니다"라던 김연경도 "이제 우승 욕심이 난다"고 말할 정도로 팀이 달라졌다.

그리고 이 경기는 권순찬 감독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모든 구단이 시무식을 준비할 2일 아침, 흥국생명 고위관계자가 권 감독을 찾아 결별을 통보했다. '신예 육성'에 대한 의견 차이가 거듭된 결과다. 흥국생명 대표이사 임형준 구단주는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헤어지기로 했다"며 김여일 단장과 권 감독의 동반 사퇴를 발표했다.

프로팀 사령탑이 계약기간내 지휘봉을 내려놓기까진 명분이 필요하다. 성적 부진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리그 2위팀, 계약기간 2년으로 영입한 감독이 부임 9개월만에 떠나는데, 더 그럴듯한 명분조차 찾지 않았다.

'김연경과 함께 우승 도전'을 원하지 않는 팀이 있다. 선수단이 동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각에서는 보이콧 이야기도 나오기도 했다. 흥국생명이 추구하는 '프로'란 어떤 걸까. 삼산체육관의 4800석을 가득 메우는 팬들은 그들에게 무슨 의미였을까.

화성=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