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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빈 컬링 회장, 대우조선해양건설 부실경영 논란 속 사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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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맹 회장 수난사 되풀이…올해 세계선수권·연맹총회 앞두고 악재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이 3일 대한컬링연맹 회장직과 대한체육회 이사직을 스스로 내려놨다.
본업인 대우조선해양건설 경영을 소홀히 하고 외부 활동에 치중한다는 노조 측 주장에 부딪혔던 김 회장은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컬링연맹으로선 2023년 믹스더블 및 시니어 세계컬링선수권대회, 세계컬링연맹(WCF) 총회 등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 준비를 앞두고 대형 악재에 직면했다.

◇ 김용빈 "회사 경영에만 집중하겠다"…'자기 과시' 비판은 반박
김 회장은 이날 컬링연맹을 통해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회사 경영에만 온전히 집중하며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사임을 결정했다"며 "회사가 정상화할 때까지 모든 대한체육회 활동과 SNS 활동 등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봉사활동과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컬링연맹 회장을 역임해 대한민국 동계 스포츠의 저변 확대와 위상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개인의 영달을 위한 것처럼 비치는 부분이 있어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사임 이유로 직접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최근 대우조선해양건설 노조와 정치권 일각에서 김 회장의 행보를 문제 삼으며 회장직 사퇴를 요구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조선해양건설지부와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회장을 규탄했다.
이들은 "김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여러 회사에 대여금 또는 해당 회사의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건설 자금을 유출해왔다"며 "결국 2022년 6월부터 임금체불과 4대 보험 미납이 발생했고, 건설 현장에선 미지급금 증가로 협력 업체가 철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의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인수, 프로축구·여자프로배구단 창단 계획 등을 싸잡아 "체육계를 발판 삼아 자기과시와 홍보에만 열을 올린다는 우려와 비판을 받아왔다"고 강조했다.

◇ 컬링연맹, 3연속 '회장 공석' 사태…국제행사 앞두고 악재
컬링연맹은 수장이 세 번 연속으로 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비우는 불명예 역사를 쓰게 됐다.
2016년 9월 장문익 초대 통합회장은 회장 선거에 자격이 없는 선거인단이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 2017년 6월 회장 인준 취소 처분을 받았다.
이후 60일이 지나도록 신임 회장을 선출하지 못하면서 컬링연맹은 결국 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돼 모든 권리와 권한을 상실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도 회장 공석으로 치렀다.
2019년 6월에 김재홍 전 회장을 선출했으나 김 전 회장도 연맹의 회계와 행정 문제를 이유로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한 채 중도 사임했다.
이날 자진 사퇴한 김용빈 회장도 리더십 위기를 처음 겪은 게 아니다.
2021년 1월 당선된 김 회장은 작년 4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이 알려지면서 회장 공석 사태 재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적 있다.
다만 컬링연맹 관계자는 "해당 수사 건은 아직 기소가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사임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회장 공백은 연맹이 올해 국제 행사 준비로 바쁠 시점에 터졌다는 점에서 유독 뼈아프다.
올해 4월엔 강원도 강릉에서 2023년 믹스더블 및 시니어 세계컬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9월에는 전 세계 68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세계컬링연맹 총회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연맹 측은 "회장 사퇴 시 부회장 중에서 1명이 직무대행을 맡고 보궐 선거를 하게끔 되어 있다"며 "내부적으로 논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bingo@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