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8조5533억원.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지난 15일 발표한 국내 골프장 시장 규모(캐디피 포함)다. 2011년 3조9670억원이었던 골프장 시장 규모는 10년 사이 두 배 넘게 뛰었다. 국내 남녀 선수들의 선전과 골프의 대중화,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힌 뒤 분 골프 열풍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
지난 2월 기준 국내 골프장 수는 499개소에 달한다. 현재도 신규 개장을 앞둔 골프장 수가 적지 않다. 작년 기준 국내 골프 인구는 564만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그린피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지난해 5월 기준 국내 대중 골프장 1인당 주중 이용료를 23만원(그린피+카트피+캐디피 포함)으로 추산하면서 일본(5만8800원)보다 3.9배 비싸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용료 뿐만 아니라 교외에 위치한 골프장까지 이동, 경기 전후 식사 비용 등을 더하면 18홀 라운딩에 대개 30만원 안팎의 비용이 소요되는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해외여행 빗장이 풀리면서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늘고 있다. 가까운 일본 뿐만 아니라 태국, 라오스, 베트남 등 동남아로 향하는 발걸음이 적지 않다. 추운 국내 날씨를 피하는 경향도 있지만, 국내에 비해 크게 저렴한 라운딩 비용이 크게 작용하는 눈치다.
국내 골프 애호가들이 주로 찾는 일본 규슈 지역 골프장을 현지 골프 예약 온라인 사이트로 조사해본 결과, 평균 주중 라운딩(18홀 기준) 비용은 6000~7000엔(약 5만7000원~6만6000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대부분이 경기보조요원(캐디) 없이 셀프로 골프백을 카트에 싣고 18홀을 도는 방식. '4인 필수'가 대부분인 국내와 달리 2인, 심지어 1인 라운딩이 가능한 골프장도 수두룩하다. 주중 이용시 그린피와 카트피에 점심 식사까지 포함된 골프장이 적지 않다. 항공료, 숙박료, 기타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일본에서 3~4회 라운딩이면 국내와 비용 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동남아 역시 마찬가지. 동계 시즌 아마추어 골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태국 골프장은 3만원대부터 15만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그린피가 형성돼 있다. 10만원 이상 그린피의 골프장은 카트피, 캐디피가 포함(팁 제외)된 경우가 대다수. 골프장에서 숙식을 겸하는 '골프텔'을 이용하면 하루 20만원 이내에 골프에 아침, 점심, 저녁 식사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다. 나머지 동남아 국가 골프장 비용 역시 대부분이 10만원 미만 비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다.
골퍼들의 해외 원정 패턴도 변하고 있다. 그동안 여행사가 항공권과 숙박, 골프장 예약을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던 상품 중심에서 벗어나 스스로 일정을 짜며 비용을 줄이는 '합리적 소비'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각 여행사도 이런 골퍼들의 니즈에 맞춘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현재 항공사 별로 1일 1~2회 수준인 일본-동남아 항공편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다면 해외로 향하는 골퍼들의 발걸음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223년에도 국내 골프장은 각종 비용 인상 속에 '역대급 호황'을 누릴 것이란 시선이 대다수다. 과연 소비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