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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된 오심에 선수→감독→관중마저 '발끈'한 수원 "경기에 집중하게 해달라" [수원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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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심판이, (선수들이)경기에 집중하게 만들어줘야할 것 아니에요(김종민 감독)!"

스포츠 현장에서 고성을 터뜨리는 사령탑은 흔한 광경이다. 하지만 '코트의 신사'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이라면 어떨까.

22일 수원실내체육관. V리그 역사상 최다 연승(16연승)에 도전하는 1위 현대건설, 선두권 도약을 꿈꾸는 3위 도로공사가 맞붙었다.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야스민과 주전 미들블로커 이다현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 하지만 도로공사는 뜻밖에도 무기력하게 패했다.

이날 경기의 포인트는 도로공사의 경기력이 아니라 거듭된 오심이었다. 2세트와 3세트에만 각각 3번의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고, 결과는 모두 번복됐다.

특히 2~3세트에 집중됐다. 먼저 19-19에서 현대건설 나현수의 더블컨택을 놓쳤다. 판독 끝에 도로공사의 득점이 인정된 20-19, 주심의 코앞에서 블로커의 손가락을 맞고 나간 전새얀의 공격에 아웃이 선언됐다. 도로공사 측의 강력한 반발로 주심 비디오 판독을 거쳐 결과가 바뀌었다. 22-20에서 나현수의 공격도 인으로 판정됐지만, 아웃이었다. 결국 2세트는 도로공사의 승리.

3세트에도 8-15에선 카타리나의 공격이 아웃선언됐다. 발끈한 카타리나는 양손을 들어올리며 주심에게 달려갔다. 판독 결과 블로커의 손가락이 뒤로 크게 젖혀질 정도의 접촉이 있었다.

현대건설도 불만이 있긴 마찬가지. 3세트 현대건설이 6-9로 앞선 상황에서 김다인과 도로공사 박정아의 네트 위 경합 끝에 볼이 터치아웃됐다. 주심은 도로공사 득점을 선언했다. 하지만 김다인은 아니라며 펄쩍펄쩍 뛰었고, 판독 결과 마지막 순간 볼에 닿은 손은 박정아의 것이었다. 이어진 11-18에서는 도로공사 배유나의 공격이 터치아웃으로 판정됐지만 노 터치였다.

경기 도중 흥분한 사령탑을 선수들과 코치진이 말려야했다. 경기 후에도 심판들을 향해 "경기에 집중하게 만들어줘야할 것 아니냐"며 토로하는 김 감독의 모습이 포착됐다. 관중석에서는 "심판 정신차려!" "주심 똑바로 봐" "심판 잘 좀 해라" 등 야유가 쏟아졌다. 중계진도 연신 "(결과와 판정이)차이가 좀 난다"며 안타까워했다.

양 팀은 세트당 1번씩 비디오 판독 기회를 갖는다. 판정을 뒤집을 경우 판독 기회는 유지되지만, 감독들은 승부처에 쓰기 위해 세트 초반에는 자제할 수밖에 없다.

주심의 비디오 판독 요청에는 제한이 없다. 연맹 측은 "셀프 판독이 고과에 반영되진 않는다. 다만 심판들 사이에 '너무 남발하지 말고 필요할 때만 쓰자'는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심이 그 위치에 걸맞는 신뢰성을 갖췄다는 전제 하에 자존심 문제다. 잦은 판독 요청은 경기 흐름도 끊는다. 노련한 감독이 자신의 판독 기회를 쓰지 않고 주심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도로공사는 2번, 현대건설은 1번 경고를 받았다. 선수단은 심판을 신뢰하고 존중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건 옛날 얘기다. 심판은 프로 직업인이다. 심판의 권위는 태도가 아닌 정확한 판정으로 세워진다. 믿음을 저버린 쪽은 어느 쪽일까.

현대건설은 V리그 정규시즌 최다 연승(16) 개막 최다연승(15) 신기록, 단일시즌 최다연승(15) 타이 기록을 세웠다. 코로나19 여파를 딛고 2경기 만에 복귀한 양효진은 명불허전 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대기록에 뜻하지 않은 얼룩이 졌다. 현장에서 만난 한 배구 관계자는 "심판이 경기를 망쳤다"며 뜨거운 불만을 표했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