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비장애학생이 함께 어울리는 서울림운동회가 전국으로 확대됐으면 한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이 '서울림운동회'를 향한 확고한 지지와 동행 의지를 표했다. 정 회장은 지난달 5일 서울시장애인체육회와 스포츠조선이 주최하고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한 '장애학생 체육 페스티벌 서울림운동회' 현장을 함께 했다. '시드니패럴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로서 서울시 관내 20개교 장애-비장애학생들에게 직접 메달을 걸어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대한장애인체육회 '드림패럴림픽' 프로그램에도 함께 참여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생활체육부장 시절 처음 전국장애학생체전을 기획하고, 충남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체육과장, 이천선수촌장을 거치며 스포츠를 통한 장애-비장애인의 '어울림' 정책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온 장애인체육 수장의 '학교체육' '통합체육'에 대한 관심과 지지는 절대적이다. 한해가 저무는 12월, 정 회장을 만나 장애인 학교체육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첫 서울림운동회, 전국적 확대 희망"
정 회장은 "장애 당사자의 눈으로 봤을 때 학교내 비장애학생들의 스포츠 활동은 눈에 띄게 다양해지고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 장애학생들도 특정공간에 한해서가 아니라 평소에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비장애학생들과 어우러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령인구는 줄고 있지만 특수교육 대상자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20년 9만5420명에서 올해 10만3695명까지 늘었다. 특수교육 대상자 중 72.8%가 일반학교, 통합교실에 있는 현실에서 '서울림운동회'와 같은 통합스포츠 프로그램은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는 데 뜻을 함께했다. 정 회장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달리는 통합 스포츠클럽 활동이 어린 시절 학교교육을 통해 이뤄진다면, 결국 이 아이들이 성인으로 성장한 후엔 차별 없는 '통합사회'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서울림운동회'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일은 장애인체육회장으로서 임기동안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서울림운동회에 적극 참여한 우수교사, 우수학교 장애-비장애학생들에게 상도 주고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시행중인 해외 스포츠 견학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싶다"며 지지과 공감을 표했다. 서울림운동회 현장에서 참가학생들의 호응이 뜨거웠던 '드림패럴림픽' 역시 정 회장의 작품이다. 휠체어배드민턴, 보치아, 골볼 등 패럴림픽 종목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 정 회장은 "이천선수촌장 시절 이천 지역 초중고를 대상으로 드림패럴림픽을 운영하며 성공을 확신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다'며 교장 선생님들의 호응이 뜨거웠다"고 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드림패럴림픽 프로그램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마쳤고, 교육부를 통해 전국 확대를 모색중이다. 향후 50개 반다비체육센터와도 연계 모델도 준비중이다. '서울림'과의 성공적 컬래버레이션도 이어갈 계획이다. 정 회장의 학교체육에 대한 관심은 진심이다. "장애학생체육대회도 비장애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는 대회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선수부, 어울림부가 함께 즐기는 통합대회도 고민중"이라고 귀띔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의 한해를 돌아보며
장애인체육 수장 2년차,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로 정 회장은 "평창패럴림픽 레거시인 반다비체육센터 1호점(광주 북구) 개관"을 꼽았다. "앤드류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도 방문해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3년 만에 완전체 대면 개최로 진행된 울산전국장애인체전도 뜻깊었다. 9000여명의 장애체육인들이 참가해 너무 즐거워했다"고 돌아봤다. 인터뷰 날 아침 전해진 여자골볼의 세계선수권 첫 준우승 쾌거에 정 회장은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올해 골볼, 휠체어럭비, 휠체어컬링 리그 등 다종목 리그를 세계 최초로 출범했는데 리그를 통해 경기력도 올라오고, 단체종목에서 결과가 나오고 있어 기쁘다"고 했다.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글로벌 캠페인 '위더15(We The15, 세상의 15%는 장애인)'과 서울림운동회과 함께 한 일도 빼놓을 수 없다. 함께 어울리는 통합체육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과 함께 서서히 사회의 인식이 바뀌는 모습이 회장 입장에선 뿌듯하다."
▶검은 토끼해 , 새해 계획과 소망
2023년은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의 해.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최초의 수장으로서 정 회장의 전문체육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지난해 도쿄패럴림픽, 올해 베이징패럴림픽 부진 이후 정 회장은 "욕 먹더라도 혁신하겠다"고 했었다. 경기력 향상을 위한 국가대표 훈련체계의 변화를 선언했다. 메달 가능성이 높은 S등급 선수 50여명에 대한 집중지원이 골자다. "전문체육은 결국 경기력이다. S그룹을 통해 동기부여를 주고 싶다. 국민들을 감동시킬 영웅이 장애인체육서도 나와야 하고, 그러려면 집중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혹자는 메달 안따도 된다고 하지만, 패럴림픽 메달은 장애인 국대들에겐 평생의 꿈이다. 나는 엘리트체육도, 생활체육도, 통합체육, 학생체육도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머릿속은 온통 '장애인체육뿐'이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메모를 할 정도다. "최근 직원 간담회에서 한 직원이 묻더라. 회장님은 장애인체육 말고 인생의 목표는 뭐냐고. '내게 다른 목표는 없다. 이게 내가 살아야할 이유이고 소명'이라고 답해줬다"며 웃었다. "1987년 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된 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우연히 TV로 휠체어농구를 봤고,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 고 이성근 형을 만나, 삼육재활원에서 휠체어농구를 배웠다. 인생이 바뀌었다. 좌절할 틈도 없이 스포츠를 통해 선수의 꿈을 키웠고, 패럴림픽에 도전했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내 인생을 바꾼 장애인체육이다. 이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계묘년 새해를 앞두고 정 회장은 체육 가족을 향한 덕담도 잊지 않았다. "검은 토끼의 해, 한껏 웅크렸던 토끼가 멀리 점프하듯이, 도약하는 한해가 되시길 바란다. 새 정부도 출범했고, 1년 연기된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도 열린다. 한국 사회도, 장애인 스포츠도 한단계 도약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민 여러분들도 장애인체육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대한장애인체육회도 최선을 다해 우리 선수들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올림픽공원(서울)=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