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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의 센터서클]막 내린 카타르월드컵, 12년 만의 16강에도 '상처'만 남은 한국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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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이변의 희생양' 리오넬 메시(35·파리생제르맹)로 시작해 '축구 황제' 메시로 끝난 2022년 카타르월드컵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국 축구도 환희의 무대였다. 2010년 남아공대회 이후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조국을 위해 선수 생명까지 건 '캡틴' 손흥민(30·토트넘)의 마스크, 김민재(26·나폴리) 황희찬(26·울버햄턴) 등 태극전사들의 눈물겨운 부상 투혼 등은 영원히 잊혀져선 안되는 역사의 한 페이지다.

끝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축구의 신' 메시가 16년을 절치부심한 끝에 생애 첫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처럼 한국 축구도 더 큰 꿈을 꾸며 다시 4년을 설계해야 한다. 그러나 16강에서 시작해야 할 공든탑은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 기쁨을 누릴새도 없이 '상처의 곡소리'만 진동하고 있다.

'2701호'에서 시작된 경솔한 논란이 첫 단추부터 뒤틀어 놓았다. 때론 '침묵이 금'일 때가 있다. 누구도 '절대 선'이 될 수 없고, 돼서도 안된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월드컵 기간 중 문제 제기도 있었다. 꼬인 매듭을 풀면 되지만, 논란 그 자체로 실기했다. 그러면서 논란은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월드컵 포상금에 이어 차기 감독 선임까지 브레이크 없는 폭주가 계속되고 있다. 포상금이야 줄 수 있는 최대치로 보상해줘야 한다. 누구도 거부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태극전사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K리그부터 풀뿌리 축구까지 한국 축구를 지탱하는 줄기가 한두 개가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참가국 배당금은 포상금의 일부지 전부가 아니다.

차기 감독 선임은 향후 4년을 어떤 목표와 철학을 갖고 대표팀을 운영하느냐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이에 따라 밑그림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현재 대표선수들의 '조언'도 중요하다. 충분히 참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말이 '법'이 돼서는 안된다. 누구도 흘러가는 세월을 잡을 수 없다. 이번 대회에서 '96세대'가 전면에 등장했듯이 4년 후에는 어떻게 달라질지 아무도 모른다. 이강인(21·마요르카)을 필두로 한 2000년대생들도 차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고민이 담겨야 할 '거대 담론'은 없다. 누군가는 중심을 잡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하지만 키를 잡은 대한축구협회는 '권력의 눈치'만 보고 있다. 아니 그럴 능력도 없다는 것이 더 맞다. 정몽규 회장이 야심차게 꺼내든 '애자일(Agile) 조직'은 민첩하지도, 기민하지도 않다. 축구협회는 예전 '박봉'에도 활력이 넘쳐났던 시절이 있다. 하지만 현재는 '인재'는 넘쳐나지만 서로 눈치만 보는 생명력을 잃은 조직이 된 지 오래다.

이번 월드컵을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국가는 일본이다. 월드컵 8강 진출을 기치로 내걸기에 헛웃음이 먼저였다. 그러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조별리그부터 철저하게 8강을 위해 팀을 운용했다. 독일과의 1차전 2대1 역전승에도 불구하고 2차전에서 선발 진용을 5명이나 바꿨다. 또 스페인과의 3차전에서는 2차전 선발 진용과 비교해 6자리에 변화를 줬다. 시스템도 포백과 스리백을 넘나들었다.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를 제외하고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는 없었다. 16강전서 이번 대회 3위를 차지한 크로아티아에 승부차기 끝에 눈물을 흘렸지만 체력적으로는 충분히 8강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4년 후 월드컵에선 '4강 이상'을 목표로 내걸 수 있는 하부구조를 구축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본 축구는 거침없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체력에 한계를 드러낸 한국 축구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만큼 일본 축구는 치밀하고 정교했다. 한국과 일본 축구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현재의 철학도, 목표도, 꿈도 없는 행보를 계속해서 이어간다면 '월드컵 16강'은 또 다시 12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