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은 내년 2루로 포지션을 옮겨야 한다.
거물급 FA 유격수 잰더 보가츠가 동료가 되면서다. 샌디에이고는 보가츠를 11년 2억8000만달러에 영입해 공수를 모두 보강했다. 수비가 탄탄한 유격수 김하성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도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중장기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봐야 한다. 3루수 매니 마차도가 내년 말 옵트아웃으로 나갈 수 있고, 후안 소토는 2년 뒤 FA가 된다. 공격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김하성도 2년 뒤 상호 옵션을 포기할 경우 FA 자격을 얻기 때문에 이번에 보가츠를 데려온 건 공수 전력 약화에 대비한 포석이다.
하지만 보가츠 영입으로 포지션 연쇄 이동이 불가피해졌다. 김하성이 2루수로 옮기고, 2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1루, 내년 초 징계를 마치고 오는 기존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외야수로 각각 전향하는 시나리오다.
이번 FA 시장에서 유격수들이 모두 천문학적 대박을 터뜨린 것과 관련해 김하성이 유격수에서 밀리는 건 반가운 일이 아니다.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유격수 부문 2위에 오르며 수비력을 공식 인정받았기에 더욱 그렇다. 수비력 하나만으로도 2년 뒤 FA 시장에서 각광받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함께 봐야 한다. 김하성은 2루가 낯설지 않다. 샌디에이고 입단 첫 시즌인 작년 전천후 내야수로 뛸 때 2루로 21경기(선발 20경기)에 나선 경험이 있다. 수비 불안을 걱정할 일은 없다. 구단도 김하성의 수비력을 믿고 보가츠 영입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게다가 새 식구가 된 보가츠와의 키스톤 콤비도 무척 기대되는 대목이다. 보가츠는 공격력이 돋보이는 유격수이면서도 수비력도 평균 이상의 수준인 선수다. 보가츠-김하성 듀오라면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키스톤 콤비로 자리잡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NBC스포츠는 19일(이하 한국시각) 댄스비 스완슨의 시카고 컵스 입단 소식을 전하면서 보가츠-김하성을 최고의 키스톤 콤비 후보로 언급했다. 이 매체는 '유격수로는 리그 평균 이하의 어깨를 지녔지만, 스완슨과 니코 호너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키스톤 콤비로 보인다. 적어도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텍사스, 휴스턴 등과 함께 말이다'라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브랜든 크로포드-타이로 에스트라다, 텍사스는 코리 시거-마커스 시미엔, 휴스턴은 제레미 페냐-호세 알투베가 각각 키스톤 콤비인데, 대부분 골드글러브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ESPN도 지난 17일 '마차도, 소토, 타티스 주니어, 보가츠가 언제까지 파드리스에서 한솥밥을 먹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샌디에이고는 1루수와 좌익수가 없다. 주전 유격수 보가츠, 원래 유격수 타티스, 골드글러브급 유격수 김하성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1루로 옮길 제이크 크로넨워스와 김하성은 트레이드 시장에서 어느 정도 관심을 끌 선수들'이라고 했다. 트레이드 가능성을 거론할 정도로 김하성의 수비력을 높인 평가한 것이다.
2024년 말 FA 시장에서 유격수 최대어는 밀워키 브루어스 윌리 아다메스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그때가 되면 김하성이 FA 유격수 2~3위 정도로 꼽힐 전망이다. 2루수로도 뛰어난 수비력을 이어간다면 시장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