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은 미국 프로야구로 치면 어느 정도 수준일까.
박찬호가 메이저리그(ML)에서 성공가도에 오르고 KBO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1990년대 후반 이후 숱하게 던져진 질문이다. 그때도 그렇고 요즘도 마이너리그 더블A, 트리플A, 아니면 그 중간이라는 답이 나온다.
미국 현지 언론들, 정확하게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야구 통계 및 분석 사이트 팬그래프스가 최근 이에 대한 답을 내놓아 관심을 끈다. 이 매체는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각) 'KBO 유망주들'이라는 제목으로 KBO 수준을 소개하는 코너에서 'ML 관계자들은 KBO를 더블A 수준과 동급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그 이유를 투수의 구속과 타자의 장타력에서 찾았다.
팬그래프스는 'KBO 투수들은 ML 수준의 구속과 비교하면 떨어진다. 2022년 KBO의 평균 구속은 89마일 정도'라고 했다. 올시즌 메이저리그 평균 구속은 측정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93.6~94.0마일로 나타났다.
이어 '타격 부문서 KBO는 10년 전부터 시작된 파워히팅이 절정을 이뤘으나, 공인구 변화와 올해 효과가 뚜렷했던 두 번의 스트라이크존 변화로 인해 쇠퇴했다'면서 '올해 300타석 이상 들어선 KBO 타자 중 장타율 4할 이상은 39명이다. 이 수치는 2016년 67명이었다'고 설명했다.
팬그래프스는 그러면서 'KBO 개인 순위표를 보면 전 메이저리거들과 유망주들이 즐비하다. 대부분은 쿼드러플A 타입의 타자들이다. KBO 구단들은 ML와 마이너리그를 오르내리는 그들이 발전하리라 믿고 상한선 100만달러의 가격을 붙인다'고 했다. 쿼드러플A는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 중간 수준을 말한다.
즉, 팬그래프스는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를 오갔던 타자들이 KBO 개인 타이틀 상위권을 점령한 것을 두고 KBO의 평균적인 수준을 더블A로 평가한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 프로야구(NPB)는 어디에 해당할까. 팬그래프스는 지난 15일 'NPB 유망주들'이라는 제목의 코너에서 'ML 관계자들은 NPB를 최소 트리플A 수준으로 평가한다. 일부 관계자는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 중간의 그 넓은 어디쯤으로 여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후자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팬그래프스는 '미국을 떠나 일본에서 기회를 잡으려는 쿼드러플A 타입의 타자들이 순위표를 장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NPB 수준은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 중간'이라며 'NPB 최고의 선수들은 보통 일본인들이다. 이 대목에서 역사적으로 예외인 경우도 있지만, 외국 선수가 야수 WAR 톱10에 오른 것은 2014년 헥터 루나가 마지막'이라고 했다.
이어 투수 부문 대해서도 스피드를 근거로 메이저리그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렸다. 팬그래프스는 '올해 NPB 직구 평균 구속은 90.8마일로 메이저리그의 93.6마일보다 아래였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투수들처럼 일본 투수들도 더 강하게 던지기 시작했다. 직구 구속 증가율이 메이저리그보다 빠르다'고 했다.
NPB와 ML 직구 평균 구속은 2014년 87.9마일-91.8마일, 2018년 89.3마일-92.8마일이었다. 그 차이가 4년 단위로 3.9→3.5→2.8마일로 꾸준히 좁혀지는 양상이다. NPB 수준을 트리플A의 상위 버전, 트리플A+로 보면 무난하다는 의견이다.
NPB는 WBC 대표팀 면면을 봐도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은 NPB 출신 메이저리그 에이스 다르빗슈 유와 오타니 쇼헤이가 원투 펀치로 나설 기세다. NPB 정상은 ML에서도 정상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