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K리그에서 성장한 선수가 인생경기를 펼쳤다. 크로아티아를 월드컵 3위로 이끌었다. 주인공은 오르샤(30··디나모 자그레브)였다.
오르샤는 18일(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3~4위전에서 1-1로 맞선 전반 42분 역전 결승 골을 터뜨렸다. 크로아티아는 2대1로 승리했다.
이날 오르샤는 대회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즐라트코 다리치 크로아티아대표팀 감독의 승부수였다. 사실 오르샤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와 4강전까지 교체멤버였다. 그래도 '특급 조커'였다. 지난달 28일 캐나다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선 3-1로 앞선 후반 41분 교체투입돼 추가시간 팀의 네 번째 골을 도왔다. 또 브라질과의 8강전에선 네 번째 승부차기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3~4위전에선 선발 출전했다. 다리치 감독은 이반 페리시치를 왼쪽 풀백으로 내리고, 오르샤를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내세웠다. 오르샤는 커리어 최고의 경기력을 보였다.
경기 초반부터 왼쪽 측면에서 강한 압박으로 모로코에 위협을 가했다. 전반 9분에는 아크 서클 왼쪽에서 기습적인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전반 14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패스가 부정확했지만, 끝까지 따라붙어 공을 가로챈 뒤 아크 서클로 패스를 연결했다.
크로아티아의 파상공세를 견인하던 오르샤는 1-1로 팽팽히 맞선 전반 42분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받은 패스를 논스톱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오르샤가 오른발로 감아찬 슈팅은 부누 골키퍼의 손에 맞고 골 포스트를 튕겨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후반 1분에도 오르샤는 골맛을 볼 뻔했다. 아크 서클 왼쪽에서 날린 기습적인 오른발 슛이 상대 수비수에 스친 뒤 옆그물을 강타했다. 모로코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또 후반 28분에는 환상적인 킬 패스를 페널티 박스 안으로 연결, 쇄도하던 그바르디올이 상대 선수에 걸려넘어졌지만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
후반 막판까지 강한 압박으로 강철 체력을 발휘한 오르샤는 후반 추가시간 5분 크리스티얀 야키치와 교체됐다.
오르샤는 이번 대회를 위한 크로아티아대표팀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때부터 주목받았다. 영국 매체는 "K리그가 배출한 스타"라며 오르샤의 커리어에 주목했다. 외신들의 설명대로 오르샤는 K리그 출신 공격수다. 2015년 전남에서 데뷔해 2년간 활약한 뒤 2017년 울산 현대에서 2년간 뛰었다. 4년간 K리그 통산 101경기에 출전, 28골-15도움을 기록했다. 오르샤는 K리그에서 '스피드 레이서'로 통했다. 주로 왼쪽 측면 윙어로 나서 빠른 스피드를 살려 상대 수비진을 파괴했다.
2018시즌이 끝난 뒤 자국 명문 디나모 자그레브로 돌아가자 성공의 문이 활짝 열렸다. 오르샤는 2015년 이후 끊겼던 크로아티아대표팀에 뽑혀 유로2020에 출전했다. 당시 스페인과의 16강전에선 후반 교체투입돼 1골-1도움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가며 특급 칭찬을 받았다. 이후 계속해서 크로아티아대표팀에 뽑혔다. 선발보다는 주로 교체멤버였다. 그러나 오르샤의 '조커' 능력은 젊은 공격수 못지 않았다.
특히 오르샤는 향상된 득점력을 뽐냈다. 지난 3시즌 동안 리그에서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올 시즌에는 리그 15경기에서 8골을 기록 중이었다. 카타르월드컵 최종명단에 뽑힐 만한 이유가 충분했다.
'늦게 핀 꽃이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다. 아시아 최고 리그로 평가받는 K리그에서 쌓은 경험이 서른 살 오르샤의 축구인생을 탄탄하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