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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ON]'언어 천재' 손흥민, 스페인어가 더 편한 이강인…'믹스트존'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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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축구는 국제 스포츠다.

월드컵은 국가 대항전이지만, 선수들이 소속된 클럽은 장벽이 없다.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한 태극전사들의 면면만 봐도 알 수 있다. 10개국의 클럽이 혼재돼 있다. 벤투호에서 절대 다수는 역시 한국 축구의 근간인 K리그다. 조규성 김진수 김문환(이상 전북) 김영권(울산) 등 14명이 포진해 있다. 유럽파는 8명이다. 잉글랜드의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턴), 이탈리아의 김민재(나폴리) 스페인의 이강인(마요르카), 독일의 이재성(마인츠) '작은' 정우영(프라이부르크), 그리스의 황인범 황의조(이상 올림피아코스) 등이다. 그리고 카타르의 '큰' 정우영(알사드), 사우디아라비아의 김승규(알샤밥), 중국의 손준호(산둥), 일본의 권경원(감바 오사카) 등이 K리그를 제외한 아시아파다.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려 함께 훈련하고 있는 오현규는 수원 삼성 소속이다.

출전 여부를 떠나 최종엔트리에 포함된 26명의 선수들이 경기장을 떠나기 전 반드시 지나야할 공간이 있다. 바로 '믹스트존(Mixed Zone)'이다. 각 국의 취재진이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다. 선수들이 하나, 둘 입장할 때면 믹스트존은 '언어 잔치'가 벌어진다. 모국어는 기본이고, 다양한 언어가 춤을 춘다.

벤투호에서 가장 인기있는 선수는 '캡틴' 손흥민이다. '언어 천재'로 유명하다. 그는 17세 때 독일로 건너가 함부르크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축구를 잘하기 위해서는 언어는 필수라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2015년 토트넘에 둥지를 틀기 전까지 독일에서 선수 생활을 해 독일어 실력도 완벽하다. 영어는 두말할 것도 없다. 그는 '믹스트존'에서 한국어는 물론 영어, 독일어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잉글랜드의 또 다른 축인 황희찬은 오스트리아와 독일을 거쳐 지난 시즌부터 울버햄턴에서 뛰고 있다. 영어 듣기는 큰 문제가 없지만 말하는 데는 쑥스러워할 때도 있다. 영어로 인터뷰을 하긴 하지만 막힐 때는 한국어를 사용한다.

이강인은 스페인어가 모국어에 가깝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인 2011년 발렌시아 유스팀 입단 테스트를 통과해 스페인으로 건너갔다. 유럽에서 생활한 지 11년이 흘렀다. 사고 방식도 유럽에 가깝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모국어가 포르투갈어지만 이강인과는 격의없이 스페인어로 소통한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국가의 취재진과는 거리낌없이 인터뷰가 가능하다.

K리그 출신인 이재성은 독일에서 5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도 독일어로 인터뷰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작은' 정우영도 독일어가 가능하다.

일본 기자도 대한민국 경기에 꽤 관심을 보인다. 현재는 K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J리그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김영권과 J리그에서 프로에 데뷔한 김진수와 '큰' 정우영도 일본어에 능통하다.

중국은 카타르월드컵을 전혀 즐기지 못하고 있다. 카타르 무대를 누빈 중국 슈퍼리그 소속의 선수는 단 2명 뿐이다. 손준호와 카메룬의 크리스티앙 바소고그(상하이 선화)다. 많지 않지만 중국 기자들도 현장에 있다. 손준호는 중국어로 인터뷰할 수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벗'이다.

태극전사들은 브라질전 후 '믹스트존'을 통과한 후 카타르월드컵과 이별했다. 4년 후 북중미월드컵은 또 어떤 그림일까. 언어가 다양해 질수록 한국 축구는 더 풍성해진다. 도하(카타르)=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