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정말 경기를 많이 뛰고 싶어요."
통합 우승을 차지한 SSG 랜더스 선수단은 어느 때보다 따뜻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가족들과 밀린 휴식을 취하며 비시즌을 만끽하는 이때. 휴식 대신 출국을 택한 이들이 있다. 바로 외야수 하재훈과 포수 조형우다.
이들은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며칠 지나지 않아 호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호주프로야구리그에 질롱 코리아의 일원으로 참가하기 위해서다. 다른 선수들은 먼저 호주에 도착했지만, 한국시리즈에 출전한 SSG와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은 며칠 늦게 합류했다.
구단의 제안이 있었다. 하재훈과 조형우 둘 다에게는 실질적인 '윈터리그' 참가다. 하재훈은 베테랑이고, 해외 경험도 풍부하지만 올해는 한국에서의 타자 전향 첫 시즌이다. 최대한 타석에 많이 서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팀 사정상 쉽지 않았다. 백업 외야수라는 포지션의 한계도 출장 기회를 줄어들게 만들었다. 성적 역시 선수 스스로 납득하지 못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딱 한 타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조형우 역시 기회에 목마른 상황이다. 조형우는 현재 팀내 '넘버 3' 포수다. 이재원 김민식 그리고 조형우가 함께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해 정규 시즌에서 1군에 머문 기간이 57일이고, 한국시리즈 엔트리까지 승선했다. 하지만 출전 기회는 극히 드물었다. 정규 시즌 9경기 13타석 출장에 그쳤고, 한국시리즈에서는 '0경기'에 출전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단 1경기에 잠시도 못나간 SSG 선수는 조형우와 투수 장지훈, 최민준 세사람 뿐이다.
물론 조형우도 1군 엔트리에 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큰 기회인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특히나 올해 SSG는 조형우에게 출전 기회를 줄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조형우는 1군에 있으면서도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훨씬 더 길었다. 2002년생으로 이제 만 스무살. 지난해 2차 1라운드 신인으로 입단해 아직 미래가 창창한 포수지만, 내심 실전에 대한 목마름은 감출 수 없었다. 조형우도 "호주에서는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각자 다른 이유와 과정을 거쳤지만, 질롱 코리아에 합류한 목적은 똑같다. 하재훈도 어렵게 다시 타자 전향을 결심한 상황에서 많은 타석에 서며 자신만의 '감'을 되찾아야 하고, 이제 갓 프로에 발을 디딘 조형우는 프로에서 포수로 살아남을 수 있는 무기를 다듬어야 한다.
하재훈은 27일까지 질롱 코리아에서 7경기, 조형우는 3경기에 나섰다. 사실상 이번 비시즌 개인 휴식은 반납이나 마찬가지다. 호주 리그를 마치고 나면, 바로 개인 훈련에 들어가 스프링캠프 준비를 해야 한다.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듯 "지금 쉬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간절한 출전 기회. 우승을 했어도 목마름은 여전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