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키움 히어로즈가 확실히 달라졌다. 한국시리즈 아쉬운 준우승 이후 공격적인 외부 영입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 선수 계약도 마찬가지다.
키움은 25일 파나마 출신 외국인 우완 투수 아리엘 후라도와 계약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조건은 보장 연봉 85만달러에 인센티브 15만달러 등 총액 100만달러다. 인센티브 15만달러가 포함이긴 하지만, 100만달러는 현재 KBO리그 신규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이다. 후라도가 정상적인 선발 투수로 시즌을 마친다면 인센티브 요건 역시 충족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사실상 상한선에 맞춰 100만달러를 '풀 베팅' 했다고 볼 수 있다.
후라도는 1m88의 신장에 155km 이상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다.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있기 때문에 키움에서는 선발진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45경기 12승16패 평균자책점 5.97.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131경기 47승24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39다.
1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키움은 지난해 '에이스' 에릭 요키시와 재계약을 하고, 새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타일러 애플러와 계약했다. 애플러의 지난해 연봉은 40만달러로 리그 최저 연봉이었다. 보통 신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도 타 구단들이 60~70만달러 이상을 쓰는 것을 감안하면, 애플러의 연봉은 눈에 띄게 적었다. 그만큼 커리어가 특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애플러의 활약은 오히려 '가격 대비' 좋은 평가를 받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졌었다. 심지어 요키시와는 무려 3번째 재계약을 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130만달러에 불과했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한 팀의 에이스 투수에게 주어지는 연봉과 비교하면 결코 많은 액수는 아니었다. 그만큼 키움은 투자를 아껴 전력을 꾸리는데 집중해왔었다. 선수단 전체 연봉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키움의 선수단 연봉은 리그 전체 9위. 꼴찌에서 두번째다. 한화 이글스가 '리빌딩'을 하고 베테랑들을 대거 내보내면서 연봉이 확 줄어 최하위가 됐지만, 그 전까지는 키움이 꾸준히 최하위였다.
그러나 올해 키움은 적극적이다. 올 시즌 팀 성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키움은 정규 시즌 3위를 기록하며 최하위권 예상을 뒤엎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KT 위즈, LG 트윈스 등 강팀들을 차례로 꺾고 한국시리즈에서 SSG 랜더스를 상대로 선전했다. 아쉽게 2승4패를 기록하며 준우승에 그쳤지만, 키움은 이번 가을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패자였다. 유명하지 않은, 몸값이 적은 선수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도 투지를 보여줬고 극찬을 받았다. 홍원기 감독은 계약 마지막 시즌인 올해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언더독의 반란' 정중앙에 섰고, 결국 3년 재계약에도 성공했다.
이런 분위기는 구단의 핵심 스폰서 기업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히어로즈는 모기업이 없이 기업들의 스폰서십을 유치해 살림을 꾸려나가는 팀이다. 그간 많은 돈을 쓰지 못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고, 구단의 팀 색깔이 그렇게 굳어졌다. 하지만 올해 보여준 좋은 성적이 메인 스폰서 기업인 키움증권을 비롯한 기업들에게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FA 시장에서도 원종현을 외부 FA로 영입하고, 퓨처스FA로 '알짜' 평가를 받았던 이형종을 경쟁 끝에 더 좋은 조건으로 영입하는 등 예년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다.
이제 나머지 외국인 선수 계약도 궁금해진다. 키움은 애플러 대신 후라도를 영입했고, 요키시와의 재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재계약 제안이 유력해보였던 타자 야시엘 푸이그가 법적 문제에 휘말려있는 가운데,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주목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