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한국 영화 결산의 장소가 될 국내 최고의 영화 축제 청룡영화상이 오늘(25일) 새로운 역사 탄생을 예고했다.
제43회 청룡영화상이 25일 오후 8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홀에서 김혜수, 유연석의 진행으로 성대하게 개최된다. 올해 청룡영화상은 2021년 10월 15일부터 2022년 10월 30일까지 개봉한 한국 영화를 대상으로 총 18개 부문의 후보를 선정했다. 1년여간 관객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17편의 한국 영화, 그리고 10명의 감독, 30명의 배우가 최고의 영예를 두고 치열한 경합을 펼치게 됐다.
▶ 13개 부문 최다 후보 '헤어질 결심' 독식할까
올해 청룡영화상을 빛낼 후보 중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작품은 전 세계가 사랑하는 거장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다.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16)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자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20년 만에 한국 영화계 감독상의 영예를 안긴 마스터피스다. 또한 내년 봄 열리는 제95회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대표 출품작으로 선정된 '헤어질 결심'은 제2의 '기생충'으로 떠오르며 신드롬을 예고했다.
박찬욱 감독의 정교한 연출과 탕웨이, 박해일을 비롯한 막강한 배우진의 열연, 스크린을 압도하는 영상미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헤어질 결심'은 지난 6월 개봉 이후 지금까지도 '헤친자('헤어질 결심'에 미친 자)' '헤결사('헤어질 결심'을 사랑하는 사람들)' 등 '헤결 앓이'를 이어가고 있는 팬덤의 뜨거운 응원과 지지를 받고 있는 중. 이러한 '헤친자'의 사랑 때문일까. '헤어질 결심'은 올해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주연상, 조연상, 신인여우상 포함 무려 13개 부문 최다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위용을 과시했다.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가 인정한 박찬욱 감독의 인생작이 청룡에서는 어떤 결과를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쿠니무라 준 이어 6년 만에 해외 배우 수상 가능성은
제43회 청룡영화상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한국 영화에 도전한 해외 배우들의 활약이다. 앞서 청룡영화상은 지난 2016년 열린 제37회 시상식 당시 일본의 명배우 쿠니무라 준에게 남우조연상을 안기며 많은 화제를 모았다. 올해 청룡영화상은 아시아 최고의 스타로 등극한 중국 배우 탕웨이('헤어질 결심')와 한국과 할리우드에 오가며 활동 중인 미국 배우 다니엘 헤니('공조2: 인터내셔날')가 각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후보로 선정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쿠니무라 준에 이어 6년 만에 다시 한번 해외 배우 수상자가 탄생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탕웨이는 '헤어질 결심'에서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도 쉽사리 동요하지 않는 변사자의 아내 서래로 변신, 깊고 진한 감성과 단단한 눈빛으로 태연함을 잃지 않는 꼿꼿하고 침착한 인물을 완벽히 연기해 호평을 얻었다. 특히 탕웨이는 첫 한국 영화 출연작인 '만추'를 통해 제32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린 이력을 가진바, 올해 '헤어질 결심'을 통해 두 번째 여우주연상에 도전한 그가 해외 여배우 최초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혼혈 미국 배우인 다니엘 헤니의 노미네이트도 관심을 끌었다. 다니엘 헤니는 '공조2'에서 두뇌는 스마트, 미소는 스위트, 실력은 퍼펙트한 미국에서 온 FBI 요원 잭을 연기했다. 국제 범죄 조직의 리더 장명준(진선규)을 소탕하기 위해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와 공조 수사를 펼치는 캐릭터를 열연한 다니엘 헤니는 화려한 액션과 비주얼로 695만명의 관객을 사로잡았다. 다니엘 헤니는 2007년 열린 제28회 청룡영화상에서 영화 '마이 파더'로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청룡 경력직으로 올해 두 번째 청룡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 배우 출신 신인 감독만 둘, 청룡 최대 각축전 예고 신인감독상
전 세계가 인정하는 베테랑 명감독들이 대거 이름을 올려 경합을 펼치는 감독상 못지않게 올해 청룡영화상은 충무로 미래를 책임질 신예 감독들의 불꽃 튀는 경합도 큰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43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후보는 신선하고 강렬한 이야기로 묵직한 파동을 일으킨 '불도저에 탄 소녀'의 박이웅 감독, 첫 연출작으로 무려 1000만 관객을 사로잡은 '범죄도시2'의 이상용 감독,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샛별 연출자 '헌트'의 이정재 감독, 충무로 여성 신예 감독의 섬세한 연출을 드러낸 '앵커'의 정지연 감독, 명품 신 스틸러에서 감각적이고 발칙한 이야기꾼으로 변주한 '장르만 로맨스'의 조은지 감독이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올해 신인감독상은 배우 출신 신예 감독의 약진이 도드라졌다. 지난해 9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통해 슈퍼스타로 등극한 이정재는 연기뿐만 아니라 숙원이었던 연출에 도전해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오랫동안 공들인 첫 연출작 '헌트'로 연출력까지 인정받은 이정재는 베테랑 배우가 아닌 신인 연출자로 청룡영화상 신임감독상을 노리고 있다. 또한 조은지 역시 배우 출신 신인 감독으로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쩨쩨한 로맨스' '후궁: 제왕의 첩' '표적' '악녀' 등을 통해 명품 연기를 선보여온 조은지는 단편 '2박 3일'로 2017년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후 꾸준히 연출을 준비, 올해 첫 장편 상업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으며 '만능캐'로 눈도장을 찍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