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24일 오전 9시30분. 박세혁이 창원NC파크에 도착했다.
계약서 사인만 남겨둔 날. NC는 이날 FA 박세혁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4년 최대 46억원(계약금 18억원, 연봉 총액 24억원, 인센티브 4억원)의 조건이었다.
희망 차게 시작한 하루. 하지만 박세혁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오롯이 기쁨만 스며들어 있지 않았다. 그 만큼의 비장함이 함께 녹아 있었다.
박세혁은 계약 직후 창원NC파크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실감이 안나고 대졸 FA로 이렇게 FA 계약서에 사인하는 것이 감개무량하다. 긴장도 됐고, 설레임이 컸다"고 새 팀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이어 "새로운 팀에서 후배 투수들을 잘 이끌어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말도 했다.
독한 마음가짐도 있었다.
우승포수 답지 않았던 지난 2년 간의 주춤거림. 명예회복을 할 여유도 없이 급하게 짐을 싸서 두산을 떠났다.
돈보다 자존심을 회복해야 할 창원에서의 시간이다. 스스로도 자존심 회복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마음 속으로 많이 독해졌던 것 같아요. 제가 부족했던 탓이지만 저는 아직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실력으로 보여주는 수 밖에 없겠죠.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내년에는 무조건 반등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제 자신이니까요. 올해 두산이 팀 성적을 내지 못했던 점은 제가 포수로서 책임감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내년 시즌에는 반드시 보여드리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FA 포수 4명 중 가장 적은 돈에 계약한 박세혁.
안와골절 부상 이후 주춤했던 건 사실이다. 마음고생 속에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 여파가 2년째인 올시즌 까지 이어졌다.
이제는 때가 왔다. NC는 박세혁의 가치를 한껏 펼칠 수 있는 팀이다.
스스로 자신감도 감추지 않았다. 양의지 선배의 거취에 따라 요동 쳤던 시간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프로는 가치를 인정해주는 팀에서 뛰어야 하는 게 맞습니다. 의지 형께서 '창원애서 필요한 거 다 도와줄 테니 야구만큼은 잘해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어요."
안와골절 이후 암흑기였던 지난 2년의 세월. 바닥을 찍고 반등할 여지만 남았다.
"이제는 보여주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제 자신이니까 모든 걸 걸고 노력하겠습니다."
독기 품은 우승포수. 젊은 투수들을 이끌면서 깜짝 놀랄 만한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솟구친다.
"2019년 의지형이 이적하면서 백업에서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불안하기도 했고, 설레기도 했던 그 때 그 마음가짐을 다시 새기려고 해요. 지금까지는 그 초심을 잊어버리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고요. 의지 형은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는거고, 저도 제 스타일이 있는거니까 다른 부분에서 잘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멋지게 경쟁해 보겠습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