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한국 최초의 쌍천만 흥행 기록을 세운 충무로 '흥행킹' 윤제균 감독이 무모한 도전과 같았던 뮤지컬 영화에 두 팔을 걷었다. 수많은 고민과 번뇌로 다가갔던 '영웅'은 윤제균 감독의 무모한 도전이 아닌 무한 도전으로 12월 관객에게 큰 울림을 선사할 전망이다.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뮤지컬 영화 '영웅'(윤제균 감독, JK필름 제작).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웅' 제작보고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열린 제작보고회에는 조국의 독립과 평화를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독립군 대장 안중근 역의 정성화, 적진 한복판에서 목숨을 걸고 일본의 정보를 빼내는 독립군 정보원 설희 역의 김고은, 안중근과 함께 이토 히로부미 암살 작전을 수행하는 동지 우덕순 역의 조재윤, 조선 최고의 명사수 독립투사 조도선 역의 배정남, 암살 작전을 함께 준비하는 독립군의 막내 유동하 역의 이현우, 독립군을 보살피고 돕는 만둣가게 남매의 동생 마진주 역의 박진주, 그리고 윤제균 감독이 참석했다.
대한민국의 영웅 안중근 의사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다룬 '영웅'은 '해운대'(09) '국제시장'(14)으로 한국 영화 감독 최초 쌍천만 흥행 기록을 세운 윤제균 감독의 8년 만의 신작이자 2009년 초연과 동시에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으며 지금까지 인기리에 공연 중인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특히 한국 영화 최초로 오리지널 뮤지컬을 영화로 만들어 의미를 더했다. 스크린으로 옮겨진 '영웅'은 뮤지컬 대표 넘버들의 전율은 물론 무대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볼거리와 감동을 예고했다. 여기에 한국과 라트비아를 넘나드는 로케이션 촬영 및 대규모 세트 제작까지 규모감 있는 볼거리로 113년의 세월을 거스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완벽하게 재현할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영웅'은 세대를 아우르는 충무로 실력파 배우들이 가세한 초호화 캐스팅으로 눈길을 끌었다. 2009년 뮤지컬 초연부터 무려 14년간 안중근 역을 맡아 무대를 압도했던 오리지널 캐스트 정성화가 영화로 재탄생한 '영웅'에도 안중근 의사 역을 맡아 높은 싱크로율을 과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김고은, 나문희,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까지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로 완성, 조국의 독립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독립투사의 얼굴을 진정성 있게 그려내 관객에게 진한 여운을 남길 전망이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윤제균 감독은 "'국제시장' 이후에 8년 만에 제작보고회다. 굉장히 많이 떨린다. 사실 안 떨릴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긴장된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앞서 정성화를 처음 만난 것은 '댄싱퀸'이었다. 그때 뮤지컬 '영웅' 공연을 하고 있었고 꼭 공연을 봐달라고 했다. 그 공연을 보고 정말 많이 울었다. 안중근 의사의 공연을 보면서 '자랑스럽다' '멋있다' '자긍심이 느껴진다'라는 마음보다는 너무 죄송하고 미안했다. 우리 모든 독립운동가 모두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언젠가 뮤지컬 영화로 꼭 만들겠다 결심했다. 그렇게 시작된 영화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이어 "'국제시장'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한 영화라고 한다면 '영웅'은 안중근과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인간 안중근의 이야기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뮤지컬 '영웅'을 보면서 많이 와닿았다"고 뭉클한 이유를 밝혔다.
정성화는 "처음 윤제균 감독에게 '영웅'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가 안중근 역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배우들 중 노래를 잘하는 분이 안중근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었다.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 싶었다. 시간이 흐른 뒤 안중근 역을 제안하더라. 당시에는 몸무게가 86kg에 육박하는 거구였다. 살을 빼야 한다고 하더라. 관객이 나를 보며 안중근으로 느낄 수 있게 체중 감량을 해야 했다. 약 14kg 감량하며 이 작품을 준비했다.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고 더군다나 안중근을 맡았다는 것만으로 책임감이 막중했다.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한동안 몸무게를 유지하다 다시 원래 몸무게로 많이 올라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영화에서 노래를 한다는 게 부자연스러울 수 있다. 가장 먼저 신경써야 할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화면을 통해 내 호흡을 많이 들려주고 싶었다. 라이브를 할 때도 정제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진심을 쏟아낸 연기를 하려고 연구를 많이 했다. 그런 부분이 이번 작품에 많이 구현됐다고 말 할 수 있다. 뮤지컬의 감정이 영화로 옮겨지면 과잉되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번 영화는 뮤지컬의 과잉된 감정을 자연스럽게 숙여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신경썼다. 여러 준비 과정이 소중하고 영광스러웠던 나날이었다"고 설명했다.
김고은은 "개봉을 드디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신났다. 감회가 새롭기도 하다. 지난 2019년부터 촬영한 '영웅'인데 촬영이 끝난지도 꽤 오래 지났다. 단톡방에서 함께한 배우들이 늘 개봉이 안 되고 있는 것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는데 이번에 개봉을 하게 돼 홀가분한 기분도 든다"고 웃었다.
군 생활 중 '영웅' 캐스팅 제의를 받은 이현우는 "전역을 앞두고 상병을 달았을 때였다. 일과가 끝나고 회사를 통해 군대에 연락이 왔다. 그때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면서 너무 놀랐고 윤제균 감독과 함께한다는 소식에 군생활이 너무 힘들어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감사한 마음이 컸다. 독립군의 뜨거운 마음만큼은 가지고 있었다고 못하지만 그때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면서 평소에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 마음에 있었다. 독립군을 연기한다는 게 그때 내 마음과 조금은 같은 것 같아 더 공감할 수 있었다"고 의미를 더했다.
한국 최초 오리지널 뮤지컬을 영화화한 소감에 대해서도 남달랐다. 영화에 나오는 넘버를 현장 라이브로 담았다는 윤제균 감독은 "무조건 라이브로 가고 싶었다. 그 결심을 한 순간 모든 고통이 시작됐다. 소리 때문에 한겨울에도 두꺼운 옷을 입지 못했다. 야외 로케이션 때는 벌레 소리까지 잡기 위해 방역을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힘든 촬영이었지만 라이브에 대한 결정은 후회 없다. 라이브를 위해 지금 이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유도 있다"고 자부심을 담았다.
정성화는 "뮤지컬 무대에서 라이브는 관객에게 전달이 잘 되는 환경이다. 하지만 영화 현장은 그게 아니었다. 여러 어려움을 감안하고 노래를 해야 했다. 영화는 모든 화면에 표정을 디테일하게 담지 않나? 노래를 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를 해야 해서 고통스러웠다. 정확히 박자를 맞추기도 어려웠고 기술적으로 많이 노력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김고은은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영화과를 전공해 늘 뮤지컬 노래로 연습을 많이 했다. 그때를 생각하며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데 10년 동안 한 번도 부르지 않았다가 다시 부르려니 아무 것도 안 됐다. 굉장히 좌절을 많이 느꼈다. 홀로 집 방구석에 처박혀 많이 울었다. '왜 한다고 했을까' '나는 왜 이렇게 경솔할까'라며 후회하기도 했고 고통스러웠다. 현장에서는 3곡을 부르는데 모두 격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노래였다. 처음에는 '자신있게 라이브로 해보겠다'라고 경솔하게 말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그게 안됐다. 연기와 노래 중에 현장에서 노래를 포기하고 연기에 더 집중하게 됐다"고 웃픈 에피소드를 전했다.
박진주는 "김고은이 우리 보다 먼저 촬영했는데 우리에게 '호되게 당했다'라는 말을 하더라. 그 말을 듣고 두려움에 떨었지만 한편으로는 '나는 괜찮겠지'라는 안도도 있었다. 해외 로케이션으로 촬영을 시작했는데 윤제균 감독이 '대한민국 최고의 노래 실력을 자랑하는 배우다'고 팔불출처럼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현지 스태프들이 우리 노래를 듣고 다 물음표를 가졌다"라고 밝혀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에 윤제균 감독은 "우리나라 여배우 중 노래를 가장 잘하는 배우는 김고은, 박진주다. 정말 잘해줬고 힘들게 라이브를 해준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고 있다. 대안이 없었다. 김고은에게도 삼고초려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려하는 것처럼 나도 뮤지컬 영화에 대한 이질감에 대한 우려가 있다. 어떻게 하면 이질감이 없어질까 많이 심혈을 기울였다. 아마 '영웅'을 보고 나면 생각만큼 이질감이 많지 않을 것이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윤제균 감독은 "'아바타2'와 같이 개봉을 하게 됐다. 솔직하게 두 작품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 극장 영화계가 '아바타2'와 '영웅'을 통해 다시 극장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영웅'은 정성화, 김고은, 나문희,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 등이 가세했고 '해운대'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2월 개봉 예정.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