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지난해 열린 제42회 청룡영화상에서 수상한 배우 설경구, 문소리, 허준호, 김선영, 정재광, 공승연이 수상 당시의 기쁨을 돌이켰다.
설경구, 문소리, 허준호, 김선영, 정재광, 공승연은 9일 네이버NOW.를 통해 중계된 제43회 청룡영화상 핸드프린팅 행사에 참석, 영광스러웠던 수상 당시 얘기를 들려줬다.
다시 1년 만에 모인 이들은 먼저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설경구는 "요즘 놀고 있다"라고 말하자, 문소리는 "얼마전에 같이 부부동반으로 놀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연극을 들어가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준호, 김선영, 정재광, 공승연은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했다. 허준호는 "열심히 일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 '빙의' 찍고 있다"고 했고, 김선영은 "요즘 드라마와 영화하고 있다. 저도 잘놀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청룡영화상으로 눈도장을 제대로 받은 정재광 역시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고 했고, 공승연은 "지금 드라마 촬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설경구가 멋쩍은 듯 "저만 놀고 있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지난해 수상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설경구는 "당시에 제가 상받을 때보다 뒤에서 '문소리'라고 했을 때 더 소름 돋았다"라고 했다. 문소리는 "상받고 얼떨떨하게 무대 뒤로 갔더니 경구 선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시상했던 라미란 씨, 류준열 씨까지 넷이서 끌어 안고 축하한다고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선영은 "저도 사실 소리언니가 받아서 좋았다. 제가 조연상이라서 먼저 받았는데, 같은 영화라서 주연상을 안 줄 주 알았다"고 했다. 문소리가 "그때 제가 표정풀어라고 했는데, 자기만 받았을까봐 표정이 안 좋더라"고 하자, 김선영은 "그래서 언니가 받을 때 제일 많이 울었다"도 '세자매'의 남다른 우정을 뽐냈다.
이어 각자 청룡영화상 의미를 짚어봤다. 설경구는 영화 '자산어보'로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특히 2000년 '박하사탕', 2002년 '공공의 적'에 이어 19년 만에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이라 눈길을 끈다.
그는 청룡영화상 의미에 대해 "사실은 상도 좋은데 청룡영화상은 영화계 1년을 마무리하는 느낌이 있다. 동료 배우들을 좋은 마음으로 보러 가는 곳이기도 하다. 상 받는 것도 좋지만, 안 받아도 좋은 것 같다"라며 "잠시 즐거워하고 잊어버리는 것 같다. 잠시 많이 행복한 것 같다"고 고백했다.
문소리는 '세자매'에서 대체 불가한 연기력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청룡영화상에 대해 영원한 MC 김혜수를 떠올려, 현장을 폭소케 했다. "청룡은 김혜수 아닌가. 청룡의 여신"이라며 웃은 문소리는 "우리 모두에게 청룡은 김혜수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김선영도 "김혜수 언니 너무 사랑한다"라고 거들었다.
그러면서도 "저도 기뻤지만 주변에 같이 일한 동료들, 제 옆에서 든든히 지켜주는 가족들이 행복해해서, 내가 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다면 상을 더 받아도 되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뱉은 말이 '더 이상한 여자들 많이 나오는 작품으로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그런 말을 지켜야겠다는 생각도 있다.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하냐는 생각할 때 뱉은 말에 책임지는 사람이 돼야지라는 생각이 있다"고 상의 의미를 짚었다.
허준호는 '모가디슈'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는 1995년에 이어 두 번째로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거머쥔 것이다.
청룡영화상 수상에 대해 "저한테는 너무 감사하고 사랑의 매다. 전시된 청룡영화상을 본 어린 시절이 있는데, 배우가 돼서 '배우가 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했을 때 청룡영화상을 받았었다. 다시 주신 것을 보니 사랑의 매인 것 같다"고 말해, 감동을 자아냈다.
또 과거 수상 당시를 떠올리며 "16년 전에 상 타는 지도 모르고 후보에 오른 지도 몰라서, 제가 좋아하는 형이 온다고 해서 꽃다발 들고 왔다. 그때 매니저 일이 있어서 혼자 일했었다. 시상식이라서 부리나케 옷 입고 올라갔었다. 저는 객석에 혼자 있었는데, 상을 받고 얼떨결에 집으로 혼자 왔었다. 혼자 지하방에 살 때라 기분이 묘했다. 지난해는 코로나 때문에 이야기도 많이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자매'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펼치며 여우조연상을 받은 김선영은 연기 비결에 대해 "극 중 인물이라 생각하지 않고 시나리오를 받는 순간 저라고 생각한다"고 자부해, 웃음을 샀다.
그러면서 청룡영화상에 대해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 앞으로 더 남은 세월 동안 몇 번 더 초대받고 싶은 곳이다"라며 "상을 받을 때 늘 운이 좋아서 그런 것 같다. 코로나로 정말 많은 영화들이 기다렸다. 그래서 많은 조연분이 기다리실 때 저희는 과감하게 개봉을 해서, 제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라고 겸손한 면모를 보였다.
웰메이드 독립영화 '낫아웃'에서 10대 소년의 불완전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잠재력을 인정받아 신인남우상을 받은 정재광은 수상 당시에 대해 "'낫아웃' 감독 님이 택시 타고 바로 왔다며 안았다. 서로 고생했다고 했다. 눈물 흘릴 새 없이 너무 기뻤다"고 밝혔다.
청룡영화상 의미에 대해서는 "숙제와 책임감이다. 앞으로 이제 연기를 잘해야 할지, 가치 있는 연기를 할지 많이 고민을 해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첫 스크린 주연작 '혼자 사는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신인여우상의 영예를 안은 공승연은 당시 "수상 소감 준비하니까 동생 트와이스 정연이 놀렸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다시 떠올린 공승연은 "수상 소감을 더 멋지게 말하고 싶었는데 제대로 말하지 못한 것 같다. 다음에 수상할 때는 제가 준비할 때 응원해줬으면 한다. 저한테 사과하더라. 트로피 신기해하면서 모셔놓고 닦고 그러더라"며 동생 정연을 언급했다.
또 청룡영화상이 '힘'이라고 말해, 시선을 모았다. 공승연은 ""힘이 많이 됐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개봉하기 전까지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몰라 너무 무섭고 떨리고 고통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좋은 평가를 받고 이렇게 상까지 받고 나니 '지금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길이구나' 힘이 됐다. 앞으로 연기하면서 힘든 일도 있고 뜻하는 바를 못 이룰 수도 있는데 그때마다 청룡영화상의 기억을 되짚으면서 청룡영화상의 힘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제43회 청룡영화상은 오는 25일에 여의도 KBS홀에서 개최되며 KBS를 통해 생중계된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