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인터뷰 중 '특수교육 석사학위'를 언급하자 구자희 서울특별시교육청 평생진로교육 국장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11월 5일 스포츠조선이 서울시, 서울시교육청, 서울시장애인체육회 함께 개최하는 장애-비장애학생 첫 통합 체육 페스티벌 '서울림운동회'를 한달 여 앞두고 서울시교육청 집무실에서 구 국장을 만났다. 구 국장은 평생교육과, 민주시민생활교육과, 진로직업교육과, 체육건강문화예술과, 특수교육과를 아우르는 평생진로교육국의 수장으로 지난 9월 부임했다.
김정선 서울시교육청 특수교육과장은 "국장님이 특수교육에 관심이 많으시다. 대학원에서 특수교육도 따로 공부하셨다"고 귀띔했다. 1982년 첫 교편을 잡은 이후 40년째 천직의 소명을 이어가고 있는 구 국장은 '장애'가 아닌, '사람'에 집중하는 교육 철학을 가슴에 새겨왔다. 특수교육을 공부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반에 장애학생이 있었는데, 그 아이를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가게 됐죠. 엄청 힘들게 공부했는데, 공부하길 잘했어요."
▶서울시교육청 특수교육과 설립 후 달라진 것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월 1일 특수교육과를 설립했다. 통합교육팀까지 갖춘 '완전체' 특수교육과는 전국 17개 시도 중 최초다. 구 국장은 "특수교육과 개설 이후 일반학교의 통합교육 강화와 특수교사의 수업 전문성 신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전국 최초로 일반학교에서 특수교사, 일반교사가 함께 '모두의 교육'을 지원하는 '더공감교실'을 시범 운영중이다. 구 국장은 "특수교사와 일반교사가 협업해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을 지원하는 교실로 유치원, 초등, 중, 고등학교 8개교에 운영중인데 학생뿐 아니라 교사, 학부모의 호응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유니버설 통합체육 프로그램으로 도입한 텐덤사이클 교실도 인기다. 장애-비장애학생이 함께 타는 2인용 자전거 활동을 통해 장애인식 개선은 물론 교사, 학교 현장의 협업을 이끌어내고 있다. 구 국장은 "또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고 했다. "특수교사의 교육과정 디자인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 상반기엔 특수교사 전문성 신장을 위한 워크숍, 연수에 1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하반기엔 '수업나눔축제'를 통해 실패담, 성공담을 나누면서 특수교사 커뮤니티를 더욱 강화하고, 교사들의 협력적 성장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 국장은 "통합교육, 통합체육이 잘 이뤄지기 위해선 학교 내 특수교사와 일반교사, 체육교사의 협력이 잘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선 관리자인 학교장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교육청은 하반기에 일반학교 관리자를 대상으로 통합교육 실천 안내서를 보급하고, 관리자 연수를 통해 학교장의 통합교육 실행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공존교육'정책 배리어프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7월 1일, 3기 출범과 함께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공존교육'의 비전을 밝혔다. 구 국장은 "공존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겠지만, 장애, 다문화 등 일반 교육제도에 특별함을 더해야 하는 경우를 더 살피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교육청 구성원들 모두가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애, 특수교육은 누군가 해야할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할 일"이라면서 '정책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장벽 없는)' 계획을 천명했다. "'정책 배리어 프리'란 교육청내 모든 부서에서 교육정책의 '계획 단계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장애학생 지원 방안을 함께 고려'해 의도치 않은 정책적 차별을 예방하고 통합교육의 내실 운영을 지원하는 부서간의 적극적,협력적 덧셈 행정을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사업계획 수립시, 사업 시행 전 검토항목(체크리스트)에서 특수학교, 특수교육 대상자 등을 꼼꼼히 살펴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정책을 만들자는 의미로 '정책 배리어프리'라는 용어를 만들었고, 이를 위해 교육청 내 모두가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구 국장은 "장애 이해 교육은 '장애'에 초점이 맞춰지는 교육이 아니라 '사람'에 중심을 두는 교육이여야 한다"고 했다. "장애의 이해를 넘어 장애 당사자의 입장을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야기도 나왔다. 구 국장은 "특수교육에 발 딛고 있는 사람으로서 무조건 '본방사수' 했다"면서 "'영희'나 '우영우'같은 드라마속 주인공들이 우리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학교에서 자연스러운 장애인식 개선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더니 교육자로서 잊지 못할 한 장면을 떠올렸다. 구 국장은 "영희를 만난 김우빈(극중 박정준 선장)이 '장애가 있는 사람을 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교, 집 어디서도 배운 적이 없다'는 대사를 하는 걸 봤다.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그렇게 장애인식 개선 교육을 했는데 수용자인 학생들의 머릿속엔 남지 않은 것'이다. 그만큼 아직도 우리 교육이 많이 부족하다는 뜻"이라고 돌아봤다. "초등교육 '우리들은 1학년' 68시수를 통해 기본 생활습관부터 촘촘히 채우게 하는 것처럼 장애인식 개선교육도 의례적인 것이 아닌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두의 운동회' 서울림운동회, 스포츠를 통한 공존교육
평생 수영과 탁구를 즐겨온 '스포츠 만능' 구 국장은 스포츠의 가치를 잘 아는 베테랑 교육자다. 특수교육에 대한 통찰만큼 스포츠에 대한 애정도 깊다. "혼자서 하는 운동도, 함께 하는 운동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 특히 학창 시절 스포츠클럽 등을 통해 '함께 하는' 운동의 가치는 중요하다. 함께 도전하는 즐거움, 배려, 존중, 규칙 준수, 공정, 인내, 극기 땀의 가치를 배운다.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는 인성의 기본도 스포츠를 통해 기를 수 있다. 유치원부터 학령기에 스포츠 활동을 위한 환경을 갖춰주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임 후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일 역시 학교체육 활성화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2021년도 서울 학생 비만율이 32%라는 통계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이란 얘기다. 이럴 때일수록 학교체육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체육 수업이 내실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자료 개발, 교사 연수를 강화하고 신체건강, 마음건강, 사회 건강 회복을 위한 '서울학생 건강 더하기+', 1학생 1스포츠 참여 활성화를 위한 학교스포츠클럽 운영 내실화,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한 '공차소서(축구)' '공치소서(야구)', 학생 체력격차 회복을 위한 서울학생 체력회복 힘힘힘(힘쓰리) 프로젝트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구 국장은 서울시 관내 20개교 장애-비장애학생들이 함께 손발을 맞춘 후 한자리에 모여 우정을 쌓고 실력을 겨룰 '서울림운동회'에 대한 지지도 빼놓지 않았다. "서울림운동회는 그 자체가 서울시교육청이 추구하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공존교육에 부합된다"면서 "공존교육, 통합교육은 우리가 가야할, 당연한 흐름이다. 미래에 이런 흐름을 만들어가려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고,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체육활동을 통해 몸을 부딪치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스포츠를 통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도전하고,성장하고, 성취감을 나누는 과정이 중요하다. 서울림운동회는 통합체육의 의미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림' 시그내처 포즈, '시옷 V' 요청에도 화사한 미소로 답했다. "우리 교육청도 적극 지원하고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