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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난세에 나오는 법, '수원 막내' 오현규가 살려낸 희망의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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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강등권인 11위까지 추락해 위기감이 고조된 상태로 만난 최하위 성남FC와의 중대일전. 팬들 사이에서 '멸망전'으로 명명된 이 경기를 수원 삼성이 잡기 위해선 늘 그렇듯 '영웅'이 필요했다. 이병근 수원 감독은 후반전 플랜을 따로 짜기보다 오현규 안병준 류승우 전진우 이종성 정승원 등 가용 가능한 베스트 1~3선 라인을 모두 가동하며 '올인'을 선언했다. 이중에 수원이 바라는 영웅이 있었으니, 바로 '막내온탑' 오현규(21)였다.

오현규는 3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34라운드에서 전반 29분, 같은 매탄고 유스 출신인 전진우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선제골을 갈랐다. 앞서 비디오판독시스템(VAR)에 의한 오프사이드 선언으로 페널티 판정이 번복되는 아쉬움을 날리는 시원한 슛이었다. 성남 수비수 조성욱과의 몸싸움을 이겨내고 골망을 찢을 듯한 파워로 슛을 날리는 모습에선 전 맨유 공격수 웨인 루니가 언뜻 스쳤다.

오현규의 골로 전반을 1-0으로 앞선 수원은 뮬리치, 팔라시오스를 동시에 투입하며 추격의 고삐를 당긴 성남과의 격차를 벌렸다. 이번에도 해결사는 오현규였다. 역습 상황에서 류승우가 우측에서 문전 방향으로 보낸 크로스가 성남 수비수 연제운의 다리에 맞고 뒷쪽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 순간 빠른 스피드로 공을 향해 달려온 오현규는 지체하지 않고 곧장 슛을 날렸다. 오현규의 발을 떠난 공은 곽광선의 다리에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향했다. 오현규의 추가골은 곽광선의 자책골로 최종 정정됐다.

수원은 지난 9월 4일 FC서울과의 슈퍼매치(29라운드)에서 3대1로 승리한 이후 최근 4경기째 승리가 없었다. 파이널라운드를 강등 플레이오프권인 11위로 맞이했다. 대구가 2연승을 통해 윗동네로 달아난 마당에 이날 패배시 최하위 성남과의 승점차가 9점에서 6점으로 줄어들어 위기감이 더욱 고조될 수 있었다. 성남전을 앞두고 만난 이병근 수원 감독은 "선수들에게 생존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늘 승리해 서울과 대구를 따라잡아야 한다"며 승점 3점에 대한 바람을 나타냈고, 다른 누구도 아닌 오현규가 슈퍼매치 활약을 탄천에서 재현했다. 오현규는 선제골을 넣고 수원의 원정 서포터석을 향해 어퍼컷을 날리며 호응을 끌어냈다. 2-0으로 앞선 시점에 벤치 근처로 달려와 전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이 감독은 "현규가 달라졌다. 요즘 훈련할 때나 경기장에서 자신감있는 모습이 나온다.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부드럽게 하라고 이야기하고, 수비하는 게 힘들겠지만 슬라이딩이라도 한번 해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원은 후반 들어 골키퍼 양형모가 부상으로 빠지고 수비진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수차례 실점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리그 11경기만의 무실점을 통해 2대0을 지켜냈다. 9승10무15패 승점 37점을 기록하며 김천(35점)을 끌어내리고 10위로 올라선 수원은 같은 라운드에서 8위 서울(41점)을 꺾은 잔류권인 9위 대구(38점)와의 승점차를 1점으로 좁히며 잔류 희망을 키웠다. 반면, 5경기 연속 무승 늪에 빠진 최하위 성남(25점)의 잔류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남은 4경기에서 강등 플레이오프권인 11위 김천과의 승점 10점차를 좁혀야 하는 미션을 떠안았다. 성남=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