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올해 마지막 부산 경기를 짜릿한 쐐기포로 장식했다. 하지만 정작 가을야구에선 '정가영(정수빈은 가을영웅)'을 볼 수 없다.
두산 베어스는 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마지막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허경민과 정수빈의 홈런포를 앞세워 9대3으로 승리했다.
롯데는 이날 패배로 가을야구 탈락이 확정됐다. 오는 8일로 예정된 이대호의 은퇴식과 영구결번식을 끝으로 '선수' 이대호와 작별하게 됐다.
정수빈은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전, 6타수 2안타(홈런 1) 3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수비에서도 빼어난 타구판단 능력을 앞세워 안정된 외야를 구축했다. '90s' 허경민과 동반 홈런을 때린 점도 의미가 깊다.
경기 후 만난 정수빈은 "저희가 올해 마지막 부산 경기였는데 승리해서 다행이고 기쁘다. 마지막 타석에서 좋은 결과를 내서 기분이 좋다"고 운을 뗐다.
롯데 이강준 상대로 때린 홈런에 대해서는 "초구 변화구가 볼이 되면서 다음 직구를 노렸다. 타이밍이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사직은 무려 6m 높이의 담장으로 유명하다. 정수빈은 "딱 때렸을 때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날아가는 걸 보니 끝에 맞을 것 같아 3루까지 뛰려고 했다. 다행이 넘어갔다"며 웃었다.
이날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두산은 올해 9위가 확정된 상황. 정수빈도 2년 연속 부진에 시달리며 팀을 구하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7년 연속으로 이어졌던 한국시리즈 진출이 끊겼다,
정수빈은 "팀도 나도 많이 힘든 한 해였다.순위는 확정됐지만, 한번 쉬고 또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내년을 준비하겠다"면서 "남은 4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유종의미를 거두고 싶다"고 강조했다.
올해 가장 고생한 후배로는 "초반에 많이 안 좋았는데, 꿋꿋하게 자기 할일 하면서 잘해줬다"며 강승호를 꼽았다.
8년만에 가을야구를 TV로 봐야하는 입장이 됐다. 정수빈은 "결과는 보겠지만 경기를 찾아보진 않을 거다. 어차피 우린 떨어졌으니까. 올라간 팀들은 재미있고 치열한 경기를 하겠지만"이라며 짙은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시원섭섭하다. 매년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다보니 11월 중순까지 야구를 했다. 올겨울을 재정비를 위한 시간으로 삼겠다. 그간 잘하던 선배들이 너무 많이 빠졌다. 이제 우리가 후배들을 이끌어야한다. 다시 두산다운 야구, 끝까지 이기려고 하는 끈질긴 야구를 할 수 있는 팀을 만들수 있도록 모범이 되겠다, 두산의 색깔을 잃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 내년엔 다시 미라클을 보여줄 수 있도록 도전하겠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