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작은 아씨들'의 화면은 연출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tvN 토일드라마 '작은 아씨들'(정서경 극본, 김희원 연출)이 매회 예측을 넘어서는 반전과 빈틈없는 열연, 몰입도를 더하는 미장센으로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작은 아씨들'은 또 한 번 반전의 터닝포인트를 맞으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진화영(추자현)의 생존 가능성을 좇아 싱가포르로 향했던 오인주(김고은)는 모든 것이 원상아(엄지원)의 연극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무대를 전복시킨 오인주의 짜릿한 반격은 카타르시스를 폭발시켰다. 이에 시청률 역시 최고 11.2%로 자체 최고를 경신, 열띤 호응을 실감케 했다.
푸른 난초라는 가상의 소재, 그리고 세상을 관통하는 미지의 존재 정란회는 독특한 분위기를 빚어내며 보는 이들을 매료시켰다. 여기에는 '작은 아씨들'만의 독보적인 환상성을 구현한 베테랑 제작진들의 노력이 숨어있다. 그 중심에 선 영화 '아가씨' '헤어질 결심'으로 널리 알려진 류성희 미술감독과 'WATCHER(왓쳐)' '왕이 된 남자' '우리들의 블루스' 등 장르 구분 없는 전방위 활약을 펼친 박장혁 감독. 웰메이드에 방점을 찍은 두 '디테일 장인'들이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과 궁금증에 직접 답했다.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류성희 감독은 '작은 아씨들'로 첫 드라마 작업에 나섰다. 그는 "여러 면에서 시스템이 다른 드라마 작업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라면서도 "오랜 협업을 해온 정서경 작가의 탄탄한 대본에 대한 믿음, 김희원 감독님에 대한 기대감으로 용기를 내어 첫 시작을 하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각 공간이 가지는 차별화된 컨셉'에 대해 신경을 썼다고 밝힌 류성희 감독. 그는 "김희원 감독과 난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판타지성을 포함하는 설정이라 압도적이면서도 구체성을 갖춰야 하는 공간이었다"라고 설명한 데 이어 "감독님께서 자신감을 보여주셔서 작품적으로만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 장르적인 감각이 탁월한 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김희원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한편 '왕이 된 남자'를 통해 김희원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박장혁 감독. 이들의 시너지는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특히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채로운 작업을 해온 박장혁 감독이기에 더욱 활약이 빛났다. 그는 "'작은 아씨들'은 대본이 치밀하고, 세세한 이야기적 장치들을 가진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그림이 단단하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 간결한 무빙샷을 주로 사용했다"라고 설명하며, "극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절제했지만, 너무 장르적인 요소로 끌고 가지는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김희원 감독과는 "미술감독의 돋보이는 세트 디자인과 톤을 최대한 원본의 느낌으로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자 논의했다"라고 밝혀 완벽한 시너지의 이유를 짐작게 했다.
이렇듯 '작은 아씨들'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공간을 빼놓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집'이라는 공간은 캐릭터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는 장소인 만큼 류성희 감독도 심혈을 기울였다고. 류성희 감독은 "처음에는 영화를 하던 관습으로 좀 더 허름하게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했다. 하지만 김희원 감독이 세 자매의 성정을 담은 공간이 너무 남루하게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해,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다. 많은 컬러 레이어와 벽, 파티션으로 공간을 만들었다"라고 전해 흥미를 더했다. 드라마의 단서가 되는 중요한 현장인 진화영의 집에 대해서는 "현실적이지만 표현적인 공간이었으면 했다. 드라마의 주요 단서가 되는 난초를 모티프로 벽지를 제작했고, 욕망이 반영된 어두운 면을 표현해보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이들과 완벽히 다른 지점에 있는 원령가의 저택은 어떨까. 류성희 감독은 "박재상의 집은 멋지고 화려하지만 어딘가 조금 무대 세트 같은 느낌의 집으로 느껴졌으면 했다. 극의 진행과 함께 여러 층의 다른 컨셉으로 보여질 예정이니 기대해주셔도 좋다"라고도 전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런가 하면 등장부터 강렬한 비주얼로 화제를 모았던 난실은 처음에 지상으로 설정되었다고 했다. 그는 "지하로 깊숙이 내려가서 그곳에 압도적으로 큰 난실이 있다면 시청자의 마음속에 판타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라며 "현실과 판타지 어딘가에 둥지를 틀어야 이 작품의 독창성이 빛을 발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래서 어렵고 또 재미있었다"라고 전했다.
환상 짙은 공간을 고스란히 담아낸 박장혁 감독의 과감한 구도와 시퀀스는 신선함을 배가했다. 박장혁 감독은 "'작은 아씨들'의 미장센은 김희원 감독님의 명확한 콘티에서부터 나왔다. 모든 장면마다 아주 섬세한 콘티를 제시했다. 거기에서 아주 창의적인 영감을 받아 독특한 앵글과 색감이 나온 것 같다"라고 짚었다.
한편, 작업을 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으로는 '김고은'을 꼽았다. "김고은 배우의 섬세한 연기를 잘 포착하고 싶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아주 디테일한 연기를 하는 배우다. 이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아 다양한 시도를 하지 않았나 싶다"라며 배우를 향한 믿음을 드러냈다. 그런 와중에도 도전은 있었다. "싱가포르에서 촬영한 차 사고 장면이 제일 부담스러웠고 힘들었다. 사고 나는 장면을 몇 번씩 찍을 수 없었기에, 추가 카메라를 동원해 한 번에 포착해야 했다"라고 전해 카메라 뒤편에서의 노력을 짐작게 했다.
'작은 아씨들'은 4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어질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게 보기 위한 포인트로 류성희 감독은 "박재상 집에 있는 인형의 집을 주목해달라. 앞으로 드러나게 될 공간이 컨셉이 다 다르다. 드라마의 흐름이 진행되면서 점점 다양한 비밀들이 들어갈 것이고, 이 모든 걸 통합했을 때 비로소 그 집의 정체성이 보일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여기에 박장혁 감독은 "등장인물 중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라는 임팩트 있는 답변으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tvN 토일드라마 '작은 아씨들' 9회는 오는 10월 1일 오후 9시 10분 방송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