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역시 최지훈입니다. 아, 발목! 아…"
외마디 비명이 나올 법한 순간이었다. 중견수의 홈송구는 정확했다. 하지만 홈플레이트를 가로막은 포수의 무릎은 냉혹하기 그지 없었다.
2022시즌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주자 가로막기가 나왔다. 여기에 '정상적인 수비'라는 심판의 판정이 사령탑의 입을 딱 벌어지게 했다.
10일 한화 이글스와 SSG 랜더스의 대전 경기. 2-0으로 앞선 4회말, 1사 1,2루에서 한화 하주석의 중전 적시타가 터졌다.
2루주자 김인환은 신속하게 3루를 돌아 홈으로 뛰어들었다. 이때 SSG 중견수 최지훈의 홈송구는 환상적이었다. 주자를 태그할 수 있는 경로로 빠르고 정확하게 날아들어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재원의 동작이 문제였다.
이재원은 공을 잡은 직후 무릎을 세워 홈플레이트를 가로막았다. 쇄도하던 김인환의 입장에서 홈플레이트는 완벽히 가로막혔다. 틈이 보이지 않았다. 주로 상으로 정확하게 홈을 향해 발을 내밀었지만, 김인환의 발은 이재원의 무릎보호대에 부딪혀 꺾였다. 올시즌 홈런 15개를 때려내며 한화의 중심타자로 떠오른 김인환, 2016년 육성선수로 입단한 이래 7년만에 빛을 본 유력한 신인상 후보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나뒹군 순간이었다.
이날 해설을 맡은 염경엽 해설위원은 바로 2년전까지 SK 와이번스의 지휘봉을 잡아 이재원을 지도했다. 하지만 그는 "(포수가)베이스를 막으면 안된다. 김인환의 발목이 이재원의 왼쪽 무릎에 걸려 꺾였다"고 상황을 전달했다.
여기에 조심스럽게 사견을 덧붙였다. "이걸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중요하다. 심판은 (포수가)기본적인 주로는 열어놓았다고 표현했다. 포수가 잡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웃으로 인정하는 것 같다"면서도 "부상 방지 차원에서 베이스는 비워주는게 맞다. 이런 부상이 오기 때문이다. 그걸 위해서 만든 (홈 충돌 방지)규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홈블로킹'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포수의 기술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홈에 파고들던 주자가 발목이나 무릎을 다치는 일이 많았다. 외국인 선수들을 중심으로 주자의 부상 방지를 위해 포수와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을 불사하는 선수들이 늘었고, 포수들도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결국 2014년 메이저리그를 시작으로 '홈 충돌 방지 규정'이 생겼다. KBO리그에는 2016년에 도입됐다.
KBO리그 공식야구규칙 6조 '부적절한 플레이, 금지행동, 비신사적 행위'의 1항 '방해, 업스트럭션' 규정의 (i)가 바로 포수와 주자간의 홈 충돌, 경합 상황을 가리킨다.
'포수가 홈 플레이트를 봉쇄했지만, 심판의 판단으로 주자가 원래 아웃이 될 상황이었다면 포수가 해당 주자의 주루를 방해 또는 저지했다고 간주되지 않는다'는 내용만 보면 이재원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다음 내용이다. '포수는 슬라이딩을 시도하는 주자를 태그할 때 불필요한 강제 접촉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슬라이딩을 시도하는 주자와 불필요한 강제 접촉(예를 들어 무릎·정강이 보호대, 팔꿈치, 전완 등을 이용하여 시도하는 접촉)을 상습적으로 하는 포수는 총재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김인환과 이재원의 상황을 눈에 보고 그린 듯하다. KBO리그에서 발생한 수많은 홈경합 상황에서의 부상 사례를 충분히 감안한 규정이다.
부상방지를 위해 갑옷처럼 겹겹이 에워싼 포수의 보호장비는 주자에겐 그대로 흉기다. 그라운드 위의 선수가 동업자 정신을 잊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야구는 한결 위험한 스포츠가 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