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KT 위즈는 시즌 초반 8위에 머물렀다가 어느덧 3위까지 올랐다.
이러한 상승 곡선과 함께 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사이드암 투수 이채호다. 2018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한 프로 5년차 투수지만 1군은 지난해 5경기가 전부였던 투수.
그런데 KT는 지난 5월 22일 왼손 정성곤을 내주고 이채호를 받았다. 불펜에 사이드암 투수가 없고, 공격적인 피칭을 하고 있어 조금만 다듬으면 불펜에서 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KT는 박시영이 부상으로 시즌아웃되면서 불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상황. 이채호가 박시영의 역할을 해준다면 더할나위 없었다.
이채호는 이강철 감독과 고영표로부터 과외를 받았고, 열흘이 채 안된 5월 31일 1군에 등록됐고, 6월 2일 SSG 랜더스전서 KT 유니폼을 입고 첫 1군 등판을 했다. 당시 KT는 8위. 이채호가 던진 다음날 7위로 올라섰고, 한 계단씩 올라서 어느덧 3위 싸움을 하고 있다.
이채호가 불펜진에서 자기 역할을 해주면서 KT불펜에 여유가 생겼다. 선발과 필승조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그리고 이제는 필승조의 한 축으로 크게 이기거나 질 때가 아닌 접전 상황에서 등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이채호는 완벽하다.
올시즌 26번의 등판 중 실점을 한 게 단 세 번뿐이다. 지난 7월 22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서 1실점을 한 이후 11경기, 12⅔이닝 동안 무실점 행진 중이다. 시즌 성적은 3승 2홀드 평균자책점 1.30. 이채호는 트레이드와 함께 인생이 바뀐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이채호는 "원래 팔을 좀 내려서 던졌는데 SSG에서는 조금 올려서 던졌다. 여기 와서 다시 내렸는데 그게 잘된 것 같다. 커브가 떠오르는게 타자들에게 생소하지 않았나 싶다"며 웃었다.
무실점에 대해선 신경쓰지 않는다고. 이채호는 "투수가 점수를 안 줄수는 없기 때문에 언젠가 안타를 맞을 수 있고, 점수를 줄 수 있다. 점수를 주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서 자신있게 던지려고만 한다"라고 했다.
트레이드로 KT에 왔을 때 이채호의 목표는 1군에서 던지는 것이었다. 현재로선 이채호의 첫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이채호는 "조금씩 다른 목표도 생긴 것 같다. 거창하진 않다"면서 "가을야구도 하고 싶고, 한국시리즈도 가고 싶다. 40∼50이닝 정도 던지고 싶다"라고 했다.
1군에서 던지니 무엇이 제일 좋은지 물었다. 이채호는 "관중 앞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게 행복하다"라며 "요즘엔 2군 경기에도 팬들이 오신다고는 하는데 분위기 자체가 다른 것 같다"라고 했다.
이채호는 23일 잠실 두산전서 연장 10회말 2사 1,2루서 구원 등판해 강승호를 2루수앞 땅볼로 잡아 실점을 막았고, 11회초 강백호의 역전 2루타로 2대1로 승리해 승리투수가 됐다. 팀의 첫 3위가 된 승리 투수가 된 감격을 맛봤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