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연극으로 시작해 단역, 조연, 그리고 주연까지 차근차근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던 배우 강기영이 '서브 아빠'로 캐릭터의 새 문을 열었다.
강기영은 18일 종영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문지원 극본, 유인식 연출)의 변호사 정명석을 연기하며 극중 우영우(박은빈)에게는 멘토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되어주는 등 시청자들에게 남다른 '스윗함'을 전달하는 중이다. 앞서 '고교처세왕', '오 나의 귀신님', '역도요정 김복주',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에서 보여줬던 코믹한 모습들과는 또 다른 매력.
첫 방송에 앞서 진행됐던 제작발표회에서도 "기존엔 유쾌한 캐릭터를 했는데, 정명석을 저에게 주는 것은 작가님과 감독님의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기영은 "감독님은 저를 위트 있게 캐스팅을 해주셨고, 작가님은 '미추리'를 너무 재미있게 보셨다고 했다. 너무 팬이라 뭘 해도 잘 할 것 같아서 캐스팅을 하셨다더라. 이미지가 정반대인데도 실험적이었을텐데 감사했다"고 밝혔다.
실제 강기영은 정명석보다 유쾌한, 전작들에 가깝지만 정명석을 만나 몰랐던 자신을 발견해가는 시간도 가졌다. 강기영은 "일정부분 정명석과 비슷하지만, 똑같지는 않다. 연기에 좀 더 진심으로 임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감정 교류를 많이 하는 캐릭터였다고 생각한다. 제가 했던 캐릭터 중에서도 다른 에너지를 느꼈다. 감정을 주고받으며 단순히 말을 재미있게 하는 캐릭터보다는 다른 연기적 훈련이 많이 됐고, 겁도 났었다"고 했다.
실제로 '시니어 변호사'라는 정명석의 직함에 갇힌 연기를 보여주려고 했던 강기영은 다양한 계기를 통해 자신의 연기를 다르게 만드는 변화도 갖게 됐다고. 정명석은 "FM변호사에 갇혀서 강기영과 정명석을 버무리지 못했다. 연기 게스트 분들이 많이 오시니 그런 분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나 왜 이렇게 갇혀있지' 싶었다. 장승준 역할로 나오는 최대훈 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하는데, 법정 신에서 능글맞은 연기를 자연스럽게 하는 걸 보고 '나 저거 되게 잘하는 건데, 왜 재미없게 연기하고 있지'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와서 그때 좀 깨달았다. 적당한 위트를 시도해보자고. 감독님도 '기영 씨 정명석에게서 미추리가 나와도 돼요'라고 디렉션을 주셨다"고 설명했다.
'서브 아빠', '서브 대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명석은 캐릭터로도 사랑받았다. 이 배경에는 강기영이 섞어넣은 애드리브가 도움이 됐던 것. 강기영은 "우영우가 나가고 난 뒤 '한 미디를 안 져'라고 하는 신을 이렇게 좋아해주실 줄 몰랐다. 정말 한 마디를 안 져서 한 소리인데"라며 "예전에는 그런 스위트한 느낌의 미소를 어려워 했었다. 내 영역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대사가 없는 공간들에서 기분으로 표현하는 것이 많이 없었고, 오히려 대사로 계속해서 주고받는 연기를 해왔는데, '감미롭게 바라본다'를 표현할 수 있었다. 강기영을 스위트하게 바라봐주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다. '서브 아빠'라는 표현도 처음 들어봤고, 유니콘 상사도 기분이 좋았다. 다소 철부지 삼촌 같은 역할을 했었는데, 이런 수식어들이 고마웠다"고 했다.
박은빈과의 케미스트리는 가장 중요했다. '한바다 식구들'과의 호흡 속에서도 박은빈과의 호흡이 유독 빛났던 것은 두 사람의 노력 덕분. 강기영은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이 있지 않나. '대선배' 박은빈은 현장에서 크게 보는 친구더라. 촬영장 스케줄의 시간적인, 물리적 시간도 타이트하게 자기가 리드하고, 연기도 별것 아닌 것처럼 넘어갈 수 있는 장면도 쪼개서 대사를 해오고, 정말 훌륭한 선배님이라 배울 점이 많았다"고 칭찬했다.
좋은 반응 덕분에 시즌2에 대한 이야기도 일찌감치 나온 상태다. 종영을 앞두고 벌써 시즌2에 대한 마음을 제작사인 에이스토리가 드러냈다. 강기영은 이에 대해서도 "저는 너무 좋다. 너무 좋아서 욕심이 난다. '우영우'에 대한 애정도 커서 가능하다면 무조건 하고 싶다"며 "시즌2에서는 큰 그림을 그려서 가능하다면 새로운 법무법인을 (차리고 싶다)"고 귀띔해 웃음을 자아냈다.
연기에 입문한지 이제 14년, 강기영은 자신의 위치를 계속해서 변화시켜온 배우다. 강기영은 "14년을 연기하며 이제 좀 즐길 준비가 된 것 같고, 한 번 즐겨보고 싶다. 그동안 긴장을 너무 많이 했었다. 연기에 도움이 안 되는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이제는 퍼센테이지에서 긴장감이 많이 낮아졌다면, 연기를 최대한 상대와 주고받는,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배우가 돼서 즐겨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런 의미에서 '우영우'는 강기영에게도 터닝포인트가 됐다. 강기영은 "저에게 다양한 캐릭터들이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같다. 제게 선뜻 제안하기 어려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틈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우영우가 해준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고 애정한다. 저의 폭이 더 넓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너무 감사하고, 배우의 숙명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니, 한 번 다양한 모습으로 신선하게 다가가고 싶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