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손에 땀을 쥐는 연장 접전. 양팀 벤치는 피가 말랐다. 결국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승패가 갈렸다.
6일 인천 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맞대결은 9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전을 펼쳤다. 승부는 11회말에 결정났다. SSG 선두타자 박성한이 삼성의 바뀐 투수 최충연의 초구를 강타해 우익수 키를 넘기는 큼지막한 2루타를 터뜨리면서 시작됐다.
오태곤의 희생 번트 성공으로 1사 3루. 양팀 벤치의 작전이 복잡해졌다. 삼성 박진만 감독대행은 다음 타자 김강민과 이재원에게 2연속 자동 고의 4구를 지시했다.
박진만 대행은 당시 상황에 대해 "만약 3루 주자가 주력이 빠르지 않은 선수였으면 그냥 했을 수도 있었는데, (빠른)박성한이었다. 그라운드에 물기도 좀 있었기 때문에 홈 승부를 한다면 정면으로 가는 타구가 아니면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2연속 자동 고의4구를 지시한 배경을 설명했다.
아쉽게도 만루 작전은 실패했다. 1사 만루에서 최충연이 최경모를 상대로 던진 초구가 폭투가 되면서 3루 주자가 끝내기 득점을 올렸기 때문이다. SSG가 7대6으로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진만 대행은 "그 상황에서는 최충연도 열심히 하려고 하다고 생긴거다"고 감싸면서 "오승환도 몸을 풀고 있었지만 12회까지 간다는 생각도 안할 수는 없었다. 오승환이 12회에 상위 타선을 맡아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판단했다. 정말 여러가지 생각들이 오갔다"고 돌아봤다. 그는 또 감독대행을 맡은 이후 "매일 매일이 포스트시즌 같다"며 웃었다.
승리팀 SSG 김원형 감독도 손에 땀을 쥐기는 마찬가지. 김 감독은 '허무하게 이기지 않았냐'는 질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전혀 허무하지 않았다. 초구부터 그런 상황(폭투)이 나오면 너무 좋다"면서 "삼성도 충분히 만루 작전을 쓸 수 있었다고 본다. 수비 입장에서 더 편해지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SSG가 11회말에 끝내지 않았다면, 12회초 수비를 해야 했다. 이미 대타, 대주자로 야수들이 많이 바뀌어있어서 포지션 대변화도 불가피했다. 김원형 감독은 "만약 12회초를 했으면 오태곤이 2루수, (포수)김민식이 1루수로 나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