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지 3년 만에 '마운드의 만능 키'가 됐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나균안(24)은 31일까지 30경기 66⅓이닝을 던져 1승4패2홀드, 평균자책점 4.48이다. '투수'로 1군 무대에 처음 선 지난해 기록들(23경기 46⅓이닝 1승2패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6.41)을 후반기 초반에 일찌감치 넘어섰다.
나균안은 올 시즌 롱릴리프로 출발했다. 선발 투수가 일찌감치 무너지면 뒤이어 등판해 불을 끌고 추격 발판을 만드는 역할. 지난해 보여준 뛰어난 구위와 탈삼진 능력을 뽐내면서 시즌 초 팀 상승세에 공헌했다. 5월 20일 두산전에선 부진한 김진욱을 대신해 선발 등판, 6⅔이닝 4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의 빼어난 투구로 선발승을 따내기도 했다. 이후 다시 불펜 보직으로 돌아와 경기 상황에 따라 추격조, 필승조를 분주히 오갔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나균안의 멀티 이닝 소화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나균안은 31일 대구 삼성전에선 마무리 투수 역할까지 맡았다. 팀이 5-4로 역전한 9회말 팀의 5번째 투수로 나섰다. 오재일, 김태군에 연속 2루타를 허용하면서 동점을 허용했지만, 연장 10회말 다시 등판해 삼자 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지난 한 주 동안 나균안은 세 번 마운드에 올랐다.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구원 등판해 2⅔이닝을 소화했고, 29일 대구 삼성전에선 3이닝을 던졌다. 하루 휴식을 취한 뒤, 31일 삼성과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5월까지만 해도 나균안의 구위는 위력적이었다. 롱릴리프로 멀티 이닝 소화가 주임무였지만, 휴식 주기 면에선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대체 선발 등판 이후부터 휴식 간격은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후반기 개막 첫 3연전이었던 22~24일 부산 KIA전에선 휴식을 취했으나, 26일부터 다시 '마당쇠 모드'가 가동됐다.
고정된 등판 주기가 있는 선발과 달리 불펜은 팀 상황에 맞춰 흘러갈 수밖에 없다.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고, 좋은 체력과 구위를 갖췄다면 더 많은 부름을 받을 만하다. 관리의 필요성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31일까지 나균안은 구원 등판 이닝 수(46⅓이닝)는 전체 5위지만, 출전 경기 수는 리그 최소(26경기)다. 나균안이 지금 페이스로 시즌을 마친다면 올 시즌 총 101⅔이닝을 소화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투수 전향 후 1군 마운드를 처음 밟은 지난해보다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