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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원 형, 되갚아 주겠다" 박종훈이 꿈꾸는 복수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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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너는 한국시리즈 승리 없지?' 하고 놀리더라고요. 되갚아주고 싶어요."

SSG 랜더스 잠수함 투수 박종훈이 1년2개월만에 돌아왔다. 박종훈은 3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1군 복귀전을 치렀다. 결과는 3이닝 무실점. 처음부터 한계 투구수 60개를 정해두고 올라간 박종훈은 54구를 던지고 내려왔다. 동료들이 합심해 3대2로 이기면서 복귀전에서 팀 승리라는 기쁨까지 얻었다. 박종훈은 등판을 마친 후 "야구하길 잘했고, 야구선수여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겁고 감사했다"고 했다. 1군을 떠나있는 사이, 야구에 대한 애정은 더욱 커졌다.등판 전 "60구로 5이닝을 끌어보겠다"고 농담처럼 말했던 목표는 이뤄지지 못했지만, 돌아왔다는 자체로 의미가 큰 등판이었다. 박종훈의 마음을 잘 알고있는 김원형 감독도 "최대한 빨리 던져봐야 한다. 복귀가 더 늦어지면 안된다"고 함께 조바심을 냈었다.

재활 과정이 마냥 수월했던 것은 아니었다. 원래는 같은 시기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한 문승원보다 박종훈의 재활 속도가 더 빨랐다. 코칭스태프도 박종훈의 복귀 후 문승원이 이어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운드 운영 계획을 세웠었다. 그런데 박종훈이 지난 6월초 퓨처스리그 투구 도중 어깨 통증을 느끼면서 투구가 잠시 중단됐다. 복귀가 늦어졌던 이유다. 박종훈은 당시를 돌아보며 "그때는 정말 멘붕(멘털 붕괴)이었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다 좋았는데, 그 순간에 많이 힘들었다. 검사하면 큰 이상은 없는데 태어나서 처음 아픈 부위라 겁이 났다"고 했다. 결국 문승원이 박종훈보다 먼저 1군에 돌아왔지만, 박종훈도 마음을 다잡았다. "이 정도 통증은 어떤 선수나 참고 하는 거다"라고 생각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고, 무사히 복귀할 수 있었다.

돌아와보니 팀이 1등이다. SSG는 시즌 초반부터 무서운 기세로 1위를 달려왔고, 정규 시즌 우승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박종훈은 "냉정하게 저 없어도 우승할 것 같다"고 호쾌하게 웃으면서 "그래도 좀 더 쉽게 우승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개인적인 바람도 있다. 바로 한국시리즈 우승과 개인 승리. 박종훈은 재활 동기(?)였던 문승원에 대해 "장발 헤어스타일이 정말 멋있고 잘어울리지 않냐"고 칭찬을 한 뒤 "한국시리즈 1승을 꼭 해서 승원이 형에게 되갚아주고 싶다. 저는 승리가 없는데, 승원이 형이 나를 놀렸다. '너는 한국시리즈 승리 없지?' 라며. 꼭 되갚고 싶다"며 웃었다.

2018년 한국시리즈를 이야기한 것이다. 당시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박종훈은 5차전 선발 투수로 나가 5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득점 지원이 따르지 않으면서 '노 디시전'에 그쳤다. 반면 문승원은 6차전에 필승조로 투입돼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구원승을 거뒀다. 그때 SK(현 SSG)는 6차전에서 최종 우승을 확정지었다.

박종훈은 행복한 복수를 꿈꾼다. 그가 바라는 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팀의 우승 그리고 박종훈의 활약이 동반돼야 한다. 성공적인 첫 발을 뗐다.

광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