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가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경제 위기 시그널이다. 생산과 투자가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경기가 회복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통화 긴축 등을 고려하면 전망이 밝지 않다. 소비심리 위축이 현실화하고 있고, 미국 경기 둔화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수출 타격도 우려된다.
지난달 31일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6월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18.3(2015년=100)으로 전월보다 0.9% 줄었다.
소비 감소는 3월(-0.7%), 4월(-0.3%), 5월(-0.2%)에 이어 4개월 연속이다. 소비가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1997년 10월∼1998년 1월 이후 24년 5개월 만이다. 2월에는 보합, 1월에는 2% 감소였던 것을 고려하면 소비 부진은 4개월 이상 길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품목별로 보면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가 2.3% 줄었다. 예년보다 높은 기온과 강우 일수 증가의 영향으로 야외 스포츠용품을 비롯한 준내구재(-0.9%)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3%) 판매도 감소했다. 물가 상승·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이른 무더위와 잦은 비 등 날씨 요인, 화물연대 파업 등이 소비 감소에 복합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계청은 숙박·음식점업 등 대표적인 소비자 서비스가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소비는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봤다.
산업활동동향의 소매판매액지수는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지표다. 코로나19 이후 일상 회복으로 의약품과 가정 내 식료품 등 재화 소비가 줄어든 대신 외식 등 서비스 소비는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소비 상황은 나쁘지 않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전 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7.9(2015년=100)로 전월보다 0.6% 높아졌다. 전 산업 생산지수는 4월(-0.9%) 감소에서 5월(0.8%) 증가로 전환한 뒤 6월까지 두 달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제조업이 지난해 12월(3.5%) 이후 최대폭인 1.8% 늘어 전산업 생산 증가를 견인했다. 반도체 수급 차질 문제가 완화하면서 반도체(4.2%), 자동차(7.4%) 등의 생산이 특히 큰 폭으로 늘었다.
반면 디스플레이 등 전자 부품 생산은 주요 업체의 생산 중단과 스마트폰 수요 둔화의 영향으로 14.4% 감소했다. 제조업 재고도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5.6% 늘었다. 지난 3∼5월 석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온 서비스업은 감소세로 돌아서 0.3% 줄어들었다. 폭염의 여파로 예술·스포츠·여가(-4.9%) 생산도 감소했고, 숙박·음식점(1.7%)도 증가 폭이 전월보다 둔화했다.
건설기성은 앞선 파업 등에 따른 시멘트 수급 문제로 2% 감소했다.
향후 경기도 불확실성이 상당하다.
기재부는 "2분기 전체적으로 소매판매와 서비스업을 합친 소비 중심의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글로벌 인플레이션, 성장둔화 등 해외발 요인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2.4로 전월보다 0.2포인트(p) 올라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고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4로 보합이었다. 5월 0.1p 상승했던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다시 전월대비 보합으로 돌아선 것은 경제심리가 다소 부정적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 연준의 연속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미 금리가 역전되고,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9%를 기록하며 침체 공포를 키우면서 한국 수출 타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물가 상승, 금리 인상 지속, 가계·기업심리 위축 등이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글로벌 성장 둔화에 따른 향후 수출증가세 제약 소지, 제조업 재고 증가 등이 생산 회복 흐름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