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2루 보다 유격수로 돌아가니…1루가 좀 머네요."
삼성 라이온즈 왕조의 한 조각을 담당했던 '유격수 김상수(32)'가 돌아왔다.
'왕조의 막내'다. 2010년대 초반 오승환(40)을 비롯한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4년 연속 통합우승,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일궈낸 주역이었다.
2009년 입단과 함께 주전 유격수를 꿰찼고, 2018년까지 책임졌다. 기민한 푸트워크가 돋보이는 선수긴 했지만, 강견은 아니라는 점과 무릎의 부담이 적지 않았다.
결국 2019년 이학주(롯데 자이언츠)의 입단과 함께 2루로 자리를 옮겼고, 비로소 타격 잠재력을 터뜨렸다. 2020년에는 데뷔 첫 3할 타율(0.304), 최고 OPS(출루율+장타율, 0.798)를 한꺼번에 달성했다.
지난 시즌부터 생애 최악의 부진을 경험하고 있다. 올해는 2달 넘게 부상으로 빠지는 사이 이재현-김지찬 신예 듀오에 자리를 내줬다. 12년만에 3루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이재현이 시즌아웃급 손가락 부상으로 빠지면서, 허삼영 감독의 시선은 다시 김상수에게로 향했다. 김상수는 지난 27일 한화 이글스전 후반부부터 유격수를 맡았고, 28일부터 주전으로 출격하고 있다. 위화감 없이 잘 어울린다는 평.
지난해와 비교하면 김지찬-김상수 키스톤 콤비가 포지션을 맞바꾼 상황. 허 감독은 "김상수가 내야를 잘 이끌고 있다. 3년 공백기가 있었지만, 역시 캐칭부터 송구까지 리드미컬하게 잘해주고 있다. 김지찬의 경우 송구에 아쉬움이 있고, 김상수를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동기부여와 분위기 전환 측면에서 유격수로 기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30일 만난 김상수는 "유격수 연습은 꾸준히 해왔다. 위화감은 없다"면서도 "확실히 1루와 가까운 곳에 있다가 유격수로 가니까 멀긴 멀더라. 발놀림을 빠르게 하려고 노력중이다. 그래도 한두경기 하다보니 적응하고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사실상 자신의 평생을 바쳤고, 무엇보다 삼성의 전성기에 자신이 뛰던 포지션인 만큼 반갑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유격수에 애착은 크다. 아무래도 (4년전까지)평생 해왔던 자리니까. 처음에 이야기가 나왔을 땐 조금 꺼려했다. 좀 부담도 됐고, 김지찬 이재현 같은 어린 선수들이 커서 그 자리를 책임지는 게 맞다고 봤다. 난 이미 2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큰 기대를 안고 시작한 시즌, 마음 고생이 적지 않다. 개막 전부터 코로나19에 감염돼 이탈했고, 오른쪽 옆구리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도 두차례나 찾아왔다. 타율이 2할이 안되다보니 평균자책점처럼 보인다며 팀내에선 '사이영상 후보'라는 놀림도 듣고 있다는 웃픈 고백. 고질적인 부상이 없진 않지만, 오랫동안 그를 괴롭혀온 발목 부상에선 벗어났다. 지난 29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8회말 3점차를 한방에 따라잡는 적시타로 '약속의 8회'도 만들어냈다.
"올시즌 아직 100타석도 안된다. 개인적으론 실패한 시즌 아니겠나. 그래도 지금 우리팀이 9위인데, 팀 순위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고 싶다. 남은 시즌 잘 준비해서, 좋았던 시절의 기량을 보여드리고 싶다."
대구=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