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결과보다 처참했던 건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27일 일본 아이치현 토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2년 동아시안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열린 일본과의 3차전에 문자 그대로 '참패'를 당했다.
지난달 23세이하 선수들이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U-23 아시안컵에서 일본에 0대3으로 패한 기억이 채 잊히기도 전에 같은 스코어로 참사를 당했다.
내용도 처참했다. 한국 수비진은 상대의 크로스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김진수 김문환(이상 전북) 박지수(김천) 조유민(대전하나) 등 누구 하나 탓할 것 없이 수비진 전원이 무기력했다.
빌드업의 핵심이 되어야 할 미드필드진은 패스 연결이라는 주요 임무를 망각했다. 상대의 강도 높은 압박에 허둥지둥, 엉뚱한 곳으로 패스를 보냈다. 무리를 하다 뺏기기 일쑤였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에서 날린 슈팅은 계속해서 골대와 '거리두기'를 했다. 후반 30분까지 유효슛 하나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 양상은 어른(일본)과 아이(한국)의 싸움 같았다. 후반 27분 마치노 유토에게 3번째 골을 허용한 뒤, 한국 선수들은 마치 길을 잃은 아이 같았다. 꾸역꾸역 만회골이라도 넣어야 할 상황에 수비하기에 급급했다.
마치노의 세리머니는 한국축구에 생채기를 냈다. 마치노는 득점 후 해맑게 웃으며 양손을 모아 기도를 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주변에 있는 동료들과 미리 준비한 세리머니를 같이 할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일본이 한국을 '갖고 놀았다'는 표현은 결코 과한 것 같지 않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