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나고야 참사'다.
해외파가 빠진 벤투호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은 27일 일본 토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동아시안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최종전에서 후반에만 3골을 허용하며 0대3으로 졸전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2승1패(승점 6)를 기록, 일본(승점 7)에 뒤져 4개 대회 연속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한국은 지난 2015년 중국 대회부터 2017년 일본 대회, 2019년 한국 대회까지 세 대회 연속 동아시안컵 최강자에 우뚝 선 바 있다.
이날 4-2-3-1 시스템을 꺼내든 벤투 감독은 최전방에 '장신 스트라이커' 조규성(김천 상무)을 원톱에 배치했다. 이어 나상호(FC서울) 김진규(전북 현대) 엄원상(울산 현대)을 2선 공격진에 뒀다.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권경원(감바 오사카)과 권창훈(김천)에게 맡겼다.
포백 수비라인은 김진수(전북) 조유민(대전) 박지수(김천) 김문환(전북)으로 구성됐다.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울산)가 꼈다.
파격이었다. 센터백 자원을 세 명(조유민 박지수 권경원)이나 선발 명단에 포함시켰다. 뚜껑이 열리자 전략이 드러났다. 공격 빌드업 시 양쪽 측면 풀백 김진수와 김문환이 적극적으로 올라가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권경원이 내려와 스리백으로 전환됐다. 세 명의 중앙 수비수를 내세운 이유가 있었다.
수비 전술은 괜찮아 나쁘지 않았지만, 공격 빌드업은 낙제였다. 이날 벤투 감독은 자신의 빌드업 철학을 철저하게 지키려는 모습이었다. 골키퍼 조현우가 공을 잡으면 롱킥을 자제시키고 후방 빌드업부터 주문했다. 그러나 원하던 빌드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미드필드에서 상대의 강한 압박에 막혀 최전방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의 압박에 공을 빼앗겨 위기를 맞는 경우가 잦았다.
전반 18분에는 골키퍼 조현우부터 빌드업을 하다 끊겨 역습 상황에서 소마 유키의 슛이 오른쪽 골 포스트를 맞고 튕겨나왔다.
의미없는 후방 빌드업이었지만, 다행히 일본의 조직력도 탄탄하지 않았다.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의 세밀함이 떨어졌다. 결국 양팀은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후반 1분 만에 니시무라 타쿠마의 기습적인 슈팅을 조현우 골키퍼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긴 한국은 후반 3분 실점을 허용했다. 우측 측면에서 후지타의 크로스를 쇄도하던 소마가 헤딩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추가실점은 후반 18분에 당했다.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사사키 쇼에게 헤딩 골을 얻어맞았다.
한국은 후반 22분 권창훈 대신 이영재, 박지수를 빼고 조영욱을 교체투입했다.
하지만 조직력은 더 악화됐다. 후반 26분 니시무라를 시작으로 수비수 뒤쪽으로 파고들던 고이케 류타의 논스톱 패스를 마치노 슈토가 쇄도하며 골네트를 갈랐다.
한국은 후반 31분 첫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문전에서 송민규의 슈팅을 상대 골키퍼 타니 고세이가 선방했다.
이후 한국은 이렇다 할 공격찬스를 만들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