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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관객과 소통, 유일한 목표"…'국민배우' 송강호, '비상선언'으로 입증한 연기의 품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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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칸이 선택하고 인정한,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 배우' 송강호(55)의 소박하지만 원대한 철학은 오로지 '관객과 소통'이었다.

항공 재난 영화 '비상선언'(한재림 감독, MAGNUM 9 제작)에서 재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베테랑 형사팀장 인호를 연기한 송강호. 그가 27일 오전 스포츠조선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비상선언'에 출연한 이유부터 작품을 향한 애정과 자부심을 고백했다.

'비상선언'은 지난 20일 개봉한 '외계+인'(최동훈 감독) 1부, 27일 개봉한 '한산: 용의 출현'(김한민 감독)에 이어 올여름 텐트폴 세 번째 주자로 이름을 올린 여름 기대작이다. 국내 최초 항공 재난 영화를 소재로 한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 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재난 앞에 선 사람들 각각의 감정과 드라마를 담은 '비상선언'은 지금껏 보여왔던 수많은 재난물과 다른 결의 장르적 재미를 선사, 항공 재난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미 이륙한 비행기라는, 어디로도 탈출할 수 없는 특수한 환경에서 발생한 혼돈의 상황 속 불가피한 재난을 마주한 인간의 면면을 조망한 '비상선언'은 관객들에게 지나온 시간에 대한 공감과 위로, 그리고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숭고한 선택에 대한 의미를 전하며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비상선언'은 지난 5월 개최된 제75회 칸영화제에서 '브로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를 통해 한국 남자 배우 최초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의 차기작으로 더욱 큰 관심을 받았다. 송강호는 '비상선언'에서 재난이 발생한 비행기에서 아내(우미화)가 무사히 살아 돌아올 수 있도록 재난 해결에 몸을 던지는 인물을 맡았다. 평범한 가장의 모습과 함께 사상 초유의 재난 상황 속에서 모두를 구하고자 노력하는 인물의 감정을 온전히 담아낸 그는 캐릭터의 인간적인 면모에 특유의 페이소스 녹여내 보는 이들의 무한 공감을 자아냈다.

송강호는 "우리가 살다 보면 일어나면 안 되지만 크고 작은 재난을 겪게 되지 않나? 사람이 살아가는 일이기 때문에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있다. 그런 재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수습하고 해결하는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이 영화는 확실히 다른 재난물과 다른 지점에 있다. 한재림 감독이 재난을 헤쳐 나가는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어른스럽게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처음 이 작품을 제안 받았을 때는 코로나19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영화를 촬영할 때도 느꼈지만 우리 모두가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나? 의도하지 않게 '비상선언'이라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절묘하게 시대와 맞아떨어진 것 같다. '비상선언'은 우리가 어떤 재난을 당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 관객이 평소에 알고 있지만 새삼 느끼지 못한 부분을 통해 삶의 소중한 가치를 '비상선언'을 통해 느낀다면 그만큼 큰 보람이 없을 것 같다"고 곱씹었다.

지난 5월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이후, 6월 개봉한 '브로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그리고 '비상선언'까지 연달아 관객을 찾은 송강호는 "올해 잊지 못할 경험도 하고 영광도 누렸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게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배우 송강호의 목표는 끊임없이 관객과의 소통이다. 결과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과 모습으로 소통하고 싶다. 그게 큰 목표이자 유일한 목표다"며 뚝심의 연기 철학을 밝혔다.

또한 "어떤 작품이든 부담이 되고 항상 긴장되고 떨린다. 아무리 배우이지만 이 작품이 가지는 산업적인 부담감이 있다. '비상선언'은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이라 '브로커'와 또 다른 부담감이 있기도 하다. 그런 지점에서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며 "최선을 다해 연기했고 작업하는 것이 배우로서 임무인 것 같다. 그 결과는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덤덤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칸영화제 수상과 '브로커' '비상선언' 개봉이 배우로서 성취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분의 노력이 쌓인 작품이다. 최소한 그들의 노력이 헛되게 되지 않는다면 대만족이다. 그게 내 개인적인 성취보다는 많은 분에게 골고루 돌아가길 바란다"고 공을 돌렸다.

더불어 "여름 극장가에 한국 영화계 단비와 같은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빈말이 아니라 모든 작품이 관객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정말 공들인 많은 작품이 코로나19 시기에 소개되면서 빛을 보지 못하지 않았나? 경쟁이라기보다는 모든 작품이 무산되지 않고 인정받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바람을 전했다.

칸영화제 수상 이후 축하 후기도 이어졌다. 송강호는 "칸영화제 수상 직후 '기생충'(19, 봉준호 감독) 팀과 연락이 됐다. '기생충' 팀이 수상을 축하하는 자리를 한 번 마련해 줬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계산은 내가 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내가 계산한 걸로 되어 있더라. 기분 좋게 한턱 쐈다"고 특유의 호탕한 미소를 지었다.

한국 영화 최초 항공 재난물을 소화한 소회도 남달랐다. 송강호는 "'비상선언'은 비행기 안에 발생하는 재난이라는 부분이 특수하게 여겨졌다. 흔히 배나 기차는 중간역이나 항구에 정박할 수 있지 않나? 그런데 비행기는 항공에 떠 있으면 지상과 접촉하기 쉽지 않다. 내가 맡은 인물 역시 지상에 있는 사람을 대변하는데 지상에서 하늘에 발생한 재난을 바라보며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없어 안타까운 딜레마가 발생한다. 너무 슬프게만, 감정적으로만 표현돼서 안 된다. 반대로 이성적으로 생각해서도 안 되는 지점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의 균형을 생각하며 연기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초대형 비행기 짐벌 세트에 대해 "처음에는 나도 비행기를 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촬영하는 걸 지켜보면서 그 생각을 접었다. 나는 지상에서 스토리를 이어가는 캐릭터였는데 한 번은 이병헌이 세트 촬영을 한다고 해서 찾아가기도 했다. 심지어 이병헌에게 세트장에서 촬영해 좋겠다는 말도 했다. 그런데 막상 비행기 짐벌 세트를 보고 정말 공포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상에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다시 느꼈다. 나 역시 지상에서 고생도 많이 했다. 총격전도 하고 비도 많이 맞았는데 그럼에도 짐벌 세트를 보고 아찔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함께한 동료들을 향한 애정도 특별했다. 앞서 송강호는 임시완과 '변호인'(13, 양우석 감독)에서 호흡을, 전도연과 '밀양'으로 호흡을 맞췄고 '비상선언'으로 오랜만에 재회해 예비 관객들의 기대를 자아냈다. 송강호는 후배 임시완에 대해 "이렇게 비유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범죄도시2'(이상용 감독)의 손석구가 있다면 '비상선언'에는 임시완이 있다. 그만큼 강렬하고 너무 훌륭하게 연기해줬다. 현재 임시완이 전라남도 구례에서 드라마('썸머 스트라이크') 촬영을 하고 있는데 어제(26일)도 문자로 '네가 너무 대견하다' '훌륭하게 연기해줬다'며 칭찬해줬다"고 아빠 미소를 지었다.

더불어 전도연을 향해 "전도연은 최고의 한국 여배우지 않나? '비상선언'이 아니라 다른 작품을 봐도 연기 철학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밀양'도 마찬가지였다. 연기에 앞서 인물의 깊이와 철학이 남다른 배우다. 늘 보게 되는 훌륭한 배우다"며 "이번 '비상선언'에서는 비중 자체가 크지 않다 보니 깊이 있게 다룬 인물은 아니다. 국토부장관이라는 포맷 자체가 재난을 지켜보는 역할이다. 전도연의 폭발적인 연기를 감상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국토부장관이 가지는 적절한 선을 잘 소화한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비상선언'은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등이 출연하고 '더 킹' '관상' '우아한세계'의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8월 3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