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4승 투수인데 그냥 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겠죠."
올 시즌 최악의 부진에 빠진 백정현(35)을 두고 허상영 감독이 담담하게 툭 던진 말이다. 후반기에 백정현이 꼭 살아나 반등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긴 멘트다.
지난 시즌 14승(5패·평균자책점 2.63)을 수확한 선발투수가 올 시즌 15경기에서 승리없이 11패, 평균자책점 6.49를 기록중이다. 지난 해 성적 기준으로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7~8승이 사라진 것이다. 구위가 떨어졌고 운도 안 따랐다. 잠시 재충전의 시간도 있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반등의 희망을 보여주지 못했다.
마땅한 대안도 없다. 그래서 더 답답하다.
"상황에 따라 변화를 줄 수 있겠지만, 여전히 마무리는 오승환이다."
주축전력이 무너졌다. 핵심선수들이 부상으로 계속해서 이탈했다. 그래도 뒷문은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 최고 마무리 투수 오승환(40)에 대한 믿음이 컸다.
그런데 기둥 하나가 또 흔들린다. 지난 4경기에서 3⅓이닝을 던져 7실점했다. 2패, 평균자책점 18.90을 기록했다. 이 기간에 6안타를 내줬는데 4개가 홈런이다. 시즌 평균자책점이 4점대로 치솟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오승환에겐 너무나 낯선 결과물이다.
지난 해 '14승 투수'와 '최고 마무리 투수'가 살아나지 못하면, 최악의 부진에 빠진 삼성의 후반기 반등도 어렵다. 두 선수에겐 '명예회복'이라는 강력한 동력이 있다.
백정현은 26일 포항 한화 이글스전에서 이진영이 때린 강한 타구에 오른쪽 정강이를 맞고 교체됐다. 다행히 단순 타박이라는 소견이 나왔지만 정상 컨디션으로 다음 경기에 등판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모두가 백정현과 오승환을 바라본다. 허삼영 감독은 "삼성은 이렇게 쉽게 무너질 팀이 아니다"고 했다.
삼성은 26일 한화에 2대4포 패해 9위로 떨어졌다.
포항=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