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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 "거북선X학익진 초전박살 K-해전"…'한산' 카타르시스 집대성, 세련된 국뽕에 취한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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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 코로나19 팬데믹에 경기침체로 인한 팍팍한 살림살이, 불쾌 지수 폭발하는 무더위까지 악재에 악재를 더한 우울한 세상에 모두가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상황. 막막한 세상에 답답해진 가슴을 제대로 뻥 뚫어주는 청량감 가득한 블록버스터가 올여름 극장가의 흥행 깃발을 세울 전망이다. 8년 만에 돌아온 '이순신 프로젝트' 두 번째 이야기는 전작의 실수와 아쉬움을 완벽히 만회, 더욱 촘촘해진 스토리와 거대해진 스케일로 여름 대작의 위용을 제대로 드러냈다.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 김한민 감독, 빅스톤픽쳐스 제작)이 지난 19일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한산'은 오늘(20일) 개봉하는 올여름 첫 번째 텐트폴 영화인 SF 판타지 액션 영화 '외계+인'(최동훈 감독, 케이퍼필름 제작)에 이어 7월 마지막 주를 장식할 두 번째 한국 블록버스터다. 2014년 7월 30일 개봉해 1761만명을 동원, 국내 박스오피스 스코어 초유의 대기록을 수립하며 8년째 역대 흥행 1위를 지키고 있는 '명량'(김한민 감독)의 후속작이자 프리퀄, 그리고 김한민 감독이 기획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작품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일단 8년 전 '명량'은 1597년,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승리한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다뤘다면 '한산'은 이보다 앞선 시점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유도한다. 명량해전이 발발하기 5년 전, 당항포 해전 이후 약 한 달간 한산해전이 일어난 후까지를 그린 '한산'은 임진왜란 7년 전쟁의 수많은 전투 중 최초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한산해전을 장엄하고 압도적인 규모로 스크린에 담았다. '명량'이 반전의 쾌감을 선사했다면 '한산'은 왜군을 시원시원하게 초전박살 내는 압도적 카타르시스로 '명량'보다 더 큰 감동을 선사한다.

'한산'의 또 다른 주인공인 전투선 거북선의 재현도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왜군에게는 '전설 속의 해저 괴물' 즉 복카이센으로 불렸던 거북선은 첫 등장부터 압도적 그 이상의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삼킨다. 왜군이 거북선을 본 뒤 겪는 두려움이 고스란히 스크린에 전해질 정도로 전율을 안긴 거북선의 재현. 거북선의 여러 설을 두고 고민한 김한민 감독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더불어 이순신의 전술 핵심 중 하나인 학익진(鶴翼陣)을 생생하게 구현해낸 것 또한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안긴다. 학이 날개를 펼친 듯한 형태의 진법 학익진은 반원 형태를 취해 적을 포위하면서 공격하는 방법으로 영화 후반부 주인공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학익진은 거북선과 함께 지금껏 스크린에서 느낄 수 없었던 역대급 카타르시스를 선사, 관객을 '한산'의 한 가운데로 빠져들게 만든다. 한국의 수준급 VFX 기술을 비롯해 촬영, 조명, 미술, 소품, 의상, 분장 등 국내 최정상의 스태프가 진일보한 기술로 완벽히 만들어낸 산물 그 자체다.

여기에 이번 '한산'은 과감하게 신파를 절제하고 해전에 집중한 세련된 연출로 전편 이상의 만족감을 전해 눈길을 끈다. '명량'의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졌던 '국뽕팔이' 논란을 의식한 김한민 감독은 '한산'에서는 스토리의 군더더기를 모두 덜어내고 이순신과 장수들의 투지와 팀플레이를 전면에 배치, 차근차근 쌓아가는 빌드업을 통해 후반부 제대로 된 해전으로 큰 한방을 터트린다. 스토리상 '국뽕'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지만 선택과 집중으로 욕심을 덜어낸 김한민 감독은 세련된 '국뽕'으로 장르를 개척, '한산'을 통해 '전쟁 사극 장인'으로 다시 한번 입지를 다질 전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인 '2대 이순신' 박해일의 용기 있는 도전도 '한산'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에너제틱하면서 전쟁에 지침이 없던 40대 후반의 젊은 시절 이순신 연기한 박해일. 절대적 수세에 놓인 조선의 바다를 지키는 장군 이순신으로 변신한 박해일은 특유의 진중하고 차분한 연기로 결이 다른 카리스마를 펼치며 '2대 이순신'의 색깔을 완벽히 구현했다. '명량'의 이순신(최민식)이 들끓는 용장(勇將: 용렬한 장수)이었다면 '한산'의 이순신은 서늘한 지장(智將: 지혜로운 장수)으로 '명량'의 이순신과 차별화를 가졌다.

'한산'의 새로운 안타고니스트로 등장한 왜군 장수 와키자카로 변신한 변요한의 파격 변신도 압권이다. '명량'의 와키자카 조진웅의 젊은 시절을 소화한 변요한은 첫 등장부터 간담 서늘한 냉혈한으로 강력한 빌런의 탄생을 예고했다. 해상과 육지 전투에 모두 능한 천재 지략가의 면모는 물론 승리를 향한 집착과 대담함, 잔혹함을 집대성한 그는 박해일과 반대의 지점에서 관객을 쥐락펴락한 것. '자산어보'(21, 이준익 감독)을 기점으로 물오른 연기력으로 비상하는 변요한은 데뷔 이래 가장 강렬한 악역 변신으로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들게 됐다.

비단 박해일, 변요한뿐만 아니라 조·단역의 환상의 팀플레이도 재미를 더했다. 분노를 유발하게 만드는 숨겨진 빌런 원균 역의 손현주와 노장의 아우라를 드러낸 어영담 역의 안성기는 한층 젊어진 '한산'의 중심을 잡으며 뒤를 든든하게 받쳤고 그동안 강렬한 악역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김성규는 항왜 군사가 된 왜군 병사 준사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 보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윤활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무엇보다 '범죄도시' 시리즈,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흥행 요정'으로 등극한 박지환의 활약이 눈길을 끈다. 거북선 설계자 나대용으로 변신한 그는 기존에 스크린에서 펼친 코미디를 걷어낸 반전의 카리스마로 등장 신마다 존재감을 뿜어냈다.

이렇듯 '한산'은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 화려한 볼거리, 명품 배우들의 앙상블로 삼위일체 된 올여름 유일한 전쟁 사극 블록버스터로 오감을 만족하게 한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를 곱씹게 만들며 위로를 선사하고 자긍심을 차오르게 하는 '한산'. 8년 전 여름 극장가가 다시 한번 재현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산: 용의 출현'은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김성규, 김성균, 김향기, 옥택연, 공명, 박지환, 조재윤 등이 출연했고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7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