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권수(29·두산 베어스)는 올 시즌 전반기 KBO리그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인 선수 중 한 명이다.
KBO리그 3년차인 안권수는 5월 초 부상으로 빠진 김인태 대신 두산의 리드오프 자리를 맡았다. 규정 타석엔 못 미치지만, 시즌 타율 3할대(3할1푼9리, 204타수 65안타)다. 김인태가 비운 코너 외야 공백 뿐만 아니라 두산의 리드오프 고민도 훌륭이 메웠다.
지난 두 시즌 대주자, 대수비로 나섰던 안권수는 타격 향상의 비결로 출전 시간 증가를 꼽았다. 그는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는 것과 경기 도중 출전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백업으로 계속 더그아웃에 앉아 있으면 몸이 딱딱해진다. (선발 출전과 후반 교체 투입은) 정신적인 여유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안권수는 올 시즌 타석에서 많은 기회를 얻으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비시즌 때 NTT 니시니혼(일본의 실업단 야구팀)의 구사카베 히카루 선수에게서 '배트의 중력을 쓰는 방법'을 배우고 감각을 잡았다"고 기량 향상의 숨은 비결을 밝혔다.
안권수는 구시카베와 일면식이 없었다. 구시카베는 자신이 갖고 있는 타격 이론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동영상으로 공개하고 있다. 1m70, 83㎏의 구시카베는 야구 선수로는 왜소한 체격. 하지만 그런 신체조건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파워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선수다. 안권수는 이런 구시카베의 인스타그램을 직접 찾아 연락을 하면서 인연을 시작했다.
구시카베처럼 체격이 크지 않은 안권수(1m75, 80㎏)는 "구시카베에게 배트의 무게 중심을 어떻게 쓰는지 기술적인 부분을 배웠다"며 "작년엔 짧고 가벼우면서 그립이 큰 배트를 사용했는데, 올해는 길이와 무게를 늘리고, 그립을 약간 작게 하면서 배트의 무게 중심을 끝쪽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안권수가 작년에 사용한 배트 길이는 33.25인치(약 84.46㎝). 올해는 33.5인치(약 85.09㎝)의 배트를 쓰고 있다. 불과 0.6㎝ 차이. 무게는 860g에서 875g로 방울토마토 1개의 차이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안권수의 꾸준한 탐구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구시카베는 안권수보다 두 살이 어리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고,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신분.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지도를 받는다는 자세는 항상 웃으면서도 실력 향상에 대한 욕심이 누구보다 강하고, 의지와 근성도 높은 안권수 다운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규정타석에 32타석 모자란 채 전반기를 마친 안권수는 "지난 3일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을 때 복귀까지 3주가 걸린다는 진단을 받았다. 빨리 경기에 나서고 싶어 10일 만에 돌아왔다. 부상이 없었다면 규정타석에 도달했을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미소의 탐구자' 안권수는 시즌 끝까지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 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