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지금 한화에서는 김인환이 가장 좋은 타자다. 그래서 거르고 그 다음 타자를 선택했다."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 앞서 3연속 루징시리즈를 기록중이던 롯데 자이언츠에게 한화 이글스와의 3연전은 반드시 이겨야하는 경기였다.
래리 서튼 감독은 신중하게 경기에 임했다. 승리를 노릴 찬스가 오면 주저하지 않는다. 이틀 연속 선발투수를 평소보다 빠르게 내리고 주요 불펜들을 아낌없이 투입. 일단 시리즈 위닝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한화 김인환에 대한 경계심이다. 이틀간 7타수 2안타 2볼넷을 기록했는데, 볼넷은 모두 자동 고의4구다.
첫번째는 첫날 7회초. 롯데가 1-2로 뒤지는 상황이었지만, 필승조 구승민이 마운드에 올랐다. 터크먼 볼넷, 김태연 번트, 정은원의 삼진으로 2사 2루가 됐다.
그런데 다음 타자 김인환 상대로 롯데 벤치는 고의4구를 지시했다. 구승민은 당황한 눈치였고, 포수가 마운드를 방문해 이야기를 나눴다.
앞서 김인환은 땅볼 안타 직선타, 5번타자 하주석은 안타 2개와 삼진을 기록중이었다. 하지만 롯데 벤치는 김인환 대신 하주석을 골랐고, 실점 없이 막아낸 뒤 뒤집기에 성공했다..
13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서튼 감독은 "2아웃 상황이었고, 상대는 김인환이었다. 한화에서 가장 좋은 타자다. 하주석과 대결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8회에는 더욱 급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롯데는 4회 2득점을 올리며 살얼음 리드를 끌고 가던 상황. 최준용이 정은원 터크먼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2,3루로 몰렸다. 최준용의 승부근성이 발동했고, 유로결 김태연을 연속 삼진 처리했다.
다음 타자는 김인환. 볼카운트는 2볼이 됐고, 롯데 벤치는 또한번 고의4구를 지시했다. 최준용은 다음타자 이진영을 직구로 밀어붙인 끝에 삼진으로 잡고 포효했다. 경기 후 수훈 인터뷰에 임한 반즈가 이날 경기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을만큼 강렬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김인환을 거를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면 피해가는 게 롯데의 승리 공식이었다. 뒤집어 말하면 김인환을 제외한 한화 타자들의 클러치 능력이 아쉽다. 한화는 이틀간 2점에 그쳤고, 그중에서도 상대 폭투로 인한 득점이었다. '타점'은 단 1개 뿐이었다.
프로 7년차인 김인환은 올해 한화가 낳은 신데렐라다. 2016년 육성선수로 입단한 뒤 지난해까지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올해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타율 2할8푼에 무려 10홈런 30타점을 기록중이다.
젊은 선수의 성장에 필요한 것은 출전 기회와 주변 환경이다. 첫번째 조건이 주어지면서 1차적인 급성장은 이뤄냈다. 이제 상대가 김인환과 승부하도록 강요할 수 있는 뒷받침이 필요한 때다. 수베로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는 부분이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