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하다 무릎이 삐끗해 병원에 갔더니 인대나 힘줄은 괜찮고, 근육이 좀 놀란 거래."
"다행이네. 그런데 근육은 알겠는데, 인대하고 힘줄이 다른 거야?"
관절을 잘 이해하려면 근육(근, muscle), 힘줄(건, tendon), 인대(ligament)를 알아야 한다. 세 가지 모두 관절 건강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선 근육부터 알아보자. 보통 근육이라고 하면 피트니스 클럽에서 운동하는 트레이너의 굵은 팔뚝이나 축구선수들의 두꺼운 허벅지 근육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 두 근육은 모두 '골격근'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관절이 건강하려면 이 골격근이 많아야 한다.
골격근은 뼈에 붙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근육이다. 그렇다면 골격근은 어떻게 움직임을 만들어낼까? 이해를 돕기 위해 허벅지뼈(대퇴골)와 종아리뼈(경골)를 연결하는 큰 근육인 대퇴사두근을 예로 들어보자. 사실 대퇴사두근은 허벅지뼈와 종아리뼈 말고도 지레 역할을 하는 슬개골(무릎관절의 앞쪽에 있는 접시모양의 뼈)을 붙잡고 있는데, 슬개골을 빼고 단순하게 허벅지뼈와 종아리뼈를 연결하는 근육이라 생각해도 무방하다.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려면 자연스럽게 허벅지 근육에 힘이 들어간다. 근육에 힘을 주면 근육이 두꺼워지면서 짧아진다. 즉, 근육이 수축되면서 무릎을 펴는 힘을 만드는 것이다. 반대로 의자에 앉을 때는 근육이 이완돼 늘어나면서 무릎을 구부릴 수 있게 된다. 계단을 올라갈 때도 의자에 앉았다 일어날 때처럼 대퇴사두근이 이완과 수축을 반복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뼈를 연결해주는 골격근은 근육의 길이를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동작을 만들어낸다.
근육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할 때 커진다. 그래서 허벅지 근육을 키우는 운동들은 대부분 무릎을 굽혔다 펴는 동작들을 반복하는 것이다.
근육과 함께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힘줄과 인대이다. 건으로도 불리는 힘줄은 근육과 같이 다닌다고 생각하면 쉽다. 근육은 그 자체만으로는 뼈에 잘 붙지 않는다. 그럼에도 골격근이 뼈와 뼈를 연결할 수 있는 것은 다 힘줄 덕분이다. 힘줄은 질기고 강한 결합 조직으로 근육이 뼈에 붙을 수 있도록 돕는다. 골격근이 뼈와 뼈를 연결해주는 근육이다 보니 보통 힘줄은 근육 양쪽에 존재한다. 이처럼 골격근이 있는 곳에 세트처럼 힘줄이 있다. 이름도 근육과 동일하다. 끝에 근육을 의미하는 '근'과 힘줄을 의미하는 '건'만 다를 뿐이다. 예를 들어 대퇴사두근과 함께 하는 힘줄은 '대퇴사두건', 이두박근과 함께 하는 힘줄은 '이두박건'이다.
근육과 힘줄은 모두 파열될 수 있다. 하지만 보통 근육이 파열되면 수술하지 않지만 힘줄이 파열되면 수술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근육은 파열돼도 완전히 둘로 분리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반면 힘줄은 완전히 파열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근육이 수축될 때 뼈에서 점점 멀어지기 때문에 찢어진 힘줄을 꿰매주는 수술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인대는 우선 관절하고 관계가 있다. 관절은 일단 모든 방향으로 어느 정도 움직임의 자유가 있지만 한계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무릎 관절은 굽히고 펴는 게 중요한 관절이다. 그래서 안으로 혹은 밖으로 꺾이는 것을 어느 정도 제한해주어야 하는데,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인대이다.
인대도 근육처럼 뼈와 뼈를 연결해주지만 인대의 역할은 관절의 안정성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근육처럼 힘을 준다고 줄어들거나 늘어나지 않는다. 늘 어느 정도 일정한 길이를 유지한 채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는 존재이다. 조직은 근육보다 힘줄과 비슷하다.
이처럼 근육, 힘줄, 인대는 제각각 다른 역할을 하면서도 결국 서로 힘을 합해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보호하는 일명 삼총사다. 삼총사 중에서도 특히 근육은 힘줄이나 인대가 약해졌더라도 관절에 쏠리는 부담을 덜어줄 수 있으므로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도움말=부평힘찬병원 강진우 원장(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