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생애 첫 선발승은 놓쳤다. 하지만 '졌잘싸'라는 말로는 부족한 인생투였다.
남지민은 13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020년 프로 입단 이래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선발 매치업은 무려 롯데 에이스 찰리 반즈. 전반기 최고의 투수 중 한명이다. 하지만 반즈보다 한층 효율적인 투구수 관리로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기쁘게 했다. 반즈가 6회까지 88구를 던지고 교체된 반면, 남지민은 데뷔 이래 처음으로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7⅔이닝 동안 롯데 타선을 6안타 2볼넷 2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말 그대로 인생투였다. 하지만 팀 타선의 침묵으로 패전의 멍에를 피하지 못했다. 데뷔 첫 선발승의 기회는 가뭇없이 날아가버렸다.
4회가 승부처였다. 선두타자 황성빈이 저돌적인 주루로 내야안타를 만들어냈고, 이대호에게 안타를 내줬다. 전준우의 잘맞은 타구에 2루수 박정현의 호수비가 나오면서고 1점으로 막은 것까진 좋았다. 다음타자 한동희가 우측 펜스를 때리는 2루타를 쏘아올리며 1점을 더 내줬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잘 버텼다. 6회에는 선두타자 이대호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하며 1사 3루 위기를 맞이했지만, 한동희를 내야땅볼, 정 훈을 삼진처리했다. 8회에도 2아웃을 먼저 잡았지만, 이대호에게 볼넷을 내준 뒤 김재영과 교체됐다.
총 투구수 101구. 지난 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104구) 다음으로 많은 공을 던졌다.
고향에서 던졌기에 더욱 특별했다. 남지민은 양정초-개성중-부산정보고를 졸업한 뒤 한화에 입단했다. 과묵한 성격의 '찐부산사나이'다.
한화는 이날 패배로 5연패를 당했다. 올해에만 두자릿수 연패를 3차례나 당할 만큼 답답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남지민이란 횃불이 있어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후반기 라미레즈-페냐와 더불어 선발진 한 자리를 탄탄하게 지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