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지난해 롯데 자이언츠만큼 전반기와 후반기가 다른 팀은 없었다.
지난해에는 시즌 도중 무려 한달(7월 12일~8월 9일)의 휴식기가 있었다. 사령탑이 바뀐 롯데에겐 코로나19와 도쿄올림픽 덕분에 갖게된 귀중한 시간이었다.
5월 부임한 래리 서튼 감독은 휴식기 동안 어수선하던 팀을 추스르고, 자신의 색깔을 팀에 녹이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전반기 전체 8위(33승44패1무)에 그쳤던 롯데는 후반기 3위(32승27패7무)의 호성적을 거두며 마지막까지 가을야구를 경쟁할 수 있었다.
반면 올해는 다르다. 서튼 감독이 스프링캠프부터 지휘봉을 잡은 '온전한' 시즌이건만, 4월 한달간 '반짝'한 뒤론 한없이 가라앉고 있다.
롯데는 4월 14승9패1무로 리그 전체 2위에 올랐다. 하지만 5월 9승17패(9위), 6월 9승12패2무(8위), 7월 3승6패(7위)로 좀처럼 상위권 팀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야 '봄데'라는 놀림을 피하기 어려울 지경. 6월 이후 총 12번의 시리즈에서 '루징(3연전 1승2패 이하)'이 8번이나 된다. 나머지 4번 중 2번은 무승부였고, 위닝시리즈는 단 2번 뿐이다. 그나마 우천 취소 경기가 겹쳐 총 전적이 3승1무에 불과하다.
문제는 지난해 같은 뒷심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점. 역전승(10승·9위)은 적고, 역전패(21패·3위)는 너무 많다.
5회까지만 상대에게 리드를 내줘도 승률이 1할에 채 미치지 못한다(3승33패), 기준을 7회로 바꾸면 확률이 더 떨어진다(2승34패). 한화나 NC만도 못한, 10개 구단중 독보적인 꼴찌다. 서튼 감독이 늘 강조하는 '마지막까지 싸우고자 하는 의지'가 결과에 보이지 않고, 무기력한 경기가 쏟아졌다는 뜻이다.
올해는 전력을 추스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없다. 한화와의 3연전이 끝나면 일주일의 올스타 휴식기를 가진 뒤 곧바로 후반기가 시작된다.
서튼 감독은 "지금 경기 내용은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확실히 더 발전해야할 부분들이 있다"며 투타 밸런스의 문제를 지적했다. 투수들이 잘하는 날은 점수를 뽑지 못하고, 반대로 타선이 터지는 날은 마운드가 무너지는 경우가 잦다는 것
그는 "1주일은 팀을 드라마틱하게 바꿀수는 없는 시간이다. 팀의 여러 파트를 조정하고 다듬을 예정이지만, 극적인 체인지가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발투수진에 변화를 주기보단 그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최근 들어 불안감이 높아진 불펜진과 수비 조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설명이다.
후반기엔 달라질 수 있을까. 단독 6위라지만, 예년보다 상하위권의 격차가 커진 시즌이다. 5위 KIA 타이거즈와의 차이가 무려 5경기반에 달한다.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다면 따라잡기 쉽지 않은 거리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