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쌍둥이 천재의 괴력 행진은 어디까지일까.'
고교 배드민턴계 화제의 쌍둥이 자매가 거침없는 질주를 했다. 올들어 열린 전국대회 3개 대회를 연속으로 휩쓸었다.
'배드민턴 신동 쌍둥이' 김민지-김민선(이상 치악고 1년)은 12일 충남 서산시 서산시민체육관에서 벌어진 '2022 대한배드민턴협회장기 전국종별배드민턴대회' 여고부 복식 결승서 고희주-이주영(전주성심여고)을 2대0(2115, 22-20)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단식 우승을 차지한 동생 김민선은 2관왕에 올랐다.
이로써 쌍둥이는 '2022 전국종별배드민턴선수권(5월)', '2022 높을고창배 전국연맹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6월)'에 이어 올들어 열린 전국대회에서 단-복식을 모조리 휩쓸었다.
첫 대회였던 전국종별배드민턴선수권서는 언니(김민지)가, 이후 2개 대회는 동생(김민선)이 단식을 평정했고 복식은 둘이 뭉치면 어김없이 그들만의 세상이 됐다.
고교 신입생이 쟁쟁한 선배들을 물리치고 일찌감치 고교무대를 평정한 것은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 안세영(20·삼성생명)의 학창시절 이후 처음이다. 안세영은 단식 전문이지만 쌍둥이는 복식까지 석권하고 있어서 더욱 놀라운 일.
특히 이번 단식 우승 패턴이 지난 6월 고창대회와 판박이여서 흥미롭다. 당시 김민선은 준결승서 언니 김민지를 잡고 올라 온 고교생 국가대표 이서진(충주여고 3년)에 복수전을 치렀다. 이번 대회서는 김민지가 준결승서 이서진을 또 따돌리고 결승에 선착한 뒤, 언니에 패배를 안긴 정다연(화순고 3년)을 결승에서 물리쳤다. 형제·자매 중에 누가 맞고 들어오면 대신 가서 복수해주는 것처럼 최강의 '자매애'를 뽐낸 셈이다.
선수 출신 부모의 DNA를 물려받아 유년기부터 신동이었다고 하지만 고교 진학하자마자 3회 연속 평정하는 건 그 이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아버지 김종혁 배드민턴꿈나무대표팀 감독(45)은 '태블릿PC'에 비결이 있다고 귀띔했다. 둘은 이른바 '공부벌레'라는 것. 태블릿PC를 활용할 정도의 나이로 성장해서 하나씩 사줬더니 쉬는 시간에도 싸안고 살더란다. 둘이 보는 건 '영양가 없는' 유튜브 영상이 아니라 배드민턴 경기 영상이었다. 처음엔 자신들의 보완점 확인하기 위해 영상을 찾다가 상대할 '언니'들의 플레이 영상을 보며 연구하게 됐다. 수십∼수백번씩 영상을 재생하다 보니 '준비된 적'의 공략법을 훤하게 꿰뚫게 됐다는 것.
보통 그 나이대 소녀들은 부모님이 고가의 태블릿PC를 사주지 않아서 탈이지 가질 수 있게만 된다면야 보고, 놀고 싶은 게 무궁무진할 터. 하지만 민지-민선 자매에게 뮤직비디오, 웹툰보다 재미있는 게 셔틀콕 영상이다.
김 감독은 "말로 지적받을 땐 이해도가 떨어졌는데 태블릿PC를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능률이 크게 향상됐다"면서 "두 딸은 '좀 쉬어가면서 하라'고 해야 할 정도 배드민턴을 생명으로 여긴다. 여기에 운동을 즐길 줄도 아니 금상첨화"라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