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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상생모델" 서울 장애인선수 257명,회사 다니며 훈련합니다[권익태 서장체 팀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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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선수 257명 취업, 연간 15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까지."

서울시장애인체육회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제시한 '스포츠와 ESG 경영'의 상생 사례가 장애인체육계에 귀감이 되고 있다.

정부는 1991년부터 장애인 의무 고용제도를 도입했다. 올해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인 회사는 민간기업 3.1%, 공공기관이나 국가 및 지자체는 3.6%의 장애인을 반드시 고용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엔 '벌금'에 해당하는 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여전히 현장의 변화는 더디다. 장애인을 고용하기보다 벌금으로 '퉁 치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다. 지난해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기관 및 사업소는 515개소에 달하고, 최근 5년간 민간 기업 고용부담금 총액은 6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몇 년간 서울시장애인체육회가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협업을 통해 이뤄낸 '장애인선수단 창단 지원''체육직무 활성화' 사업 성과는 가히 주목할 만하다. 2017년 장애인 선수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시작한 '아름다운 공사' 프로젝트가 시작점이었다. 이후 2019년 5월, 서울시장애인체육회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장애인 실업팀 창단을 통해 의무고용률을 끌어올리는 구조를 각 기업에 제안했다. 그리고 이천선수촌장 출신 조향현 전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수석 부회장이 지난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이 사업은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각 기업들이 ESG 경영을 고민하는 타이밍, 현장이 원하는 솔루션을 제시하면서 기업도 장애인체육도 '윈-윈'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2017년 11명을 시작으로, 2018년 39명, 2019년 73명, 2020년 118명, 2021년 195명… 2022년 6월 현재 기업에 취업해 일과 운동을 병행하고 있는 서울시 소속 선수는 총 257명에 달한다. 1988년 서울패럴림픽 좌식배구 국가대표 출신 행정가, 권익태 스포츠단 운영팀장은 '새 길'을 열어온, 남다른 보람을 전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협업했기에 가능했다. 17개 시도 누구도 하지 않을 때 우리가 이 부분을 선점했다.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서울로 옮기고 싶다는 타지역 선수들의 연락이 많이 온다. 업무가 힘들 정도"라며 미소 지었다.

"대기업에서 장애인 고용을 원할 경우에도 니즈에 딱 맞는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항공사나 건설사 등은 업무 특성상, 장애인 고용이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ESG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시점에서 미고용에 대한 부담감 역시 컸다"고 상황을 돌아봤다. "이런 기업들을 위해 공단과 협업을 통해 장애인 고용을 위한 체육직무를 적극적으로 개발해냈고, 서울의료원, 진에어, 넷마블, 코웨이, SH공사, 한라, SK에코플랜트 등 33개 기업에 총 257명의 서울시 소속 선수들이 취업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하루 4시간 훈련을 공식 업무로 인정받으며 월급을 받는 구조다. 서울시청 장애인직장운동경기부 선수는 45명, 예산은 27억원이다. 선수당 평균 6000만원 꼴의 지원금이 들어간다. 권 팀장은 "만약 250명의 선수가 6000만원의 훈련비를 받는 실업팀을 운영한다면 150억원의 비용이 들 것이다. 체육직무 개발과 기업 연계를 통해 7년이면 1050억원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권 팀장은 "장애인 선수들이 운동도 하면서 직업도 갖게 되는 구조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서 이 사업에 주력하게 됐다"고 했다. 평균연령 40.5세의 도쿄패럴림픽을 보며 초중고 운동부나 학교체육이 없는 장애인체육에서 장애인선수들이 직업을 갖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야말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공단과 협의체를 구성, 월 1회 회의를 통해 체육 직무를 연구, 보완하고 완성형 모델을 만들기 위한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장애인체육회의 적극적인 체육 업무 개발을 통한 고용 촉진 사례는 지난해 서울시 모범 수범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장애인 고용 미달'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불러 설명회도 했다. '체육 직무를 고려해 보시라'고 적극 제언했다"고 했다. 지난 4월엔 천안에서 16개 시도 대상으로 사례 발표도 했다. 권 팀장은 "서울뿐 아니라 대한장애인체육회를 중심으로 다른 시도에서도 이 사업이 확산되길 바란다"고 했다. "해외 유명 장애인선수들은 기업 스폰서를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선수를 스폰서하는 기업은 많지 않지만 이런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은 스폰서와 동일한 효과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도쿄패럴림픽에서 주정훈이 태권도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한 후 소속사 SK에코플랜트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이후 SK 계열사에서 더 많은 장애인선수들을 고용하는 모멘텀이 됐다. 카시아스두술데플림픽서 '배드민턴 2관왕' 우지수 등 농아인 선수들이 눈부신 성과를 거둔 후 서울의료원은 4시간 근무를 8시간 풀타임으로 바꾼 실업팀을 창단하기도 했다.

권 팀장은 "앞으로 더 욕심 낸다면 서울시청 실업팀 운영뿐 아니라 등록선수 1200명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해주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취업뿐 아니라 주거, 학업, 이동권 등 개인별 맞춤형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정보를 지원해줄 수 있다. 학업이 필요한 선수에겐 장학제도를 추천하고, 메달리스트들에겐 LH 특별분양 정보를 업데이트해주고, 은퇴 이후 개인별 지원 계획까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국체전 1위도 중요하지만 늘 이게 다일까를 고민한다"는 권 팀장은 "장애 당사자이자 선수 출신 행정가로서 스포츠 인권 문제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다"는 꿈도 전했다. "1988년 서울패럴림픽 멤버로서 이제 정년까지 4~5년 남았다. 후배들이 좀더 안정적으로 맘 편히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을 내 평생 과업으로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