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선배들이 '괜찮다'는 얘기 많이 해주셨다. 승리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했다. 홈런은 (이)대호 선배님이 제일 먼저 축하해주셨다."
악몽 같은 본헤드 플레이 이후 한달. 고승민(22)이 롯데 자이언츠 외야 한자리를 책임질 가치를 증명했다.
고승민은 10일 KT 위즈를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치며 그를 향한 팬들의 기대에 모처럼 화답했다.
생애 첫 멀티홈런이자 연타석 홈런이다. 지난 5월 2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때린 역전 3점포가 1군 데뷔 첫 홈런이었고, 이날은 2~3호였다. 허용 투수 또한 이미 리그에서 정상급 투수로 인정받는 배제성과 엄상백. 래리 서튼 롯데 감독조차 "고승민의 연타석 홈런이라니, 놀라운 밤"이라며 환호했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떠난 빈 자리. 고승민은 첫손 꼽히는 유망주였다. '호타준족', '5툴 플레이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뒤따랐다.
하지만 올 시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1할 타자'였다. 수비는 인정받았지만, 신인 시절 호평받던 날카로운 타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지난 6월 2일 본헤드 플레이의 여파가 컸다. 이날도 적시 2루타를 치며 타격에선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페어 지역 안쪽 뜬공의 점프 캐치에 실패한 데다 이를 파울로 착각, 심판의 콜조차 보지 않고 볼보이에게 건네주는 등 부주의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은 토종 에이스 박세웅의 등판날이었고, 결국 2대2 무승부로 끝났다.
39일만에 박세웅에게 진 빚을 갚았다. 연타석 홈런포로 KT의 추격 의지를 꺾으며 박세웅에게 61일만의 시즌 6승을 안긴 것. 특히 첫번째 홈런의 경우 작정하고 배제성의 주무기인 몸쪽 슬라이더를 노린 것. 재능을 인정받는 선수다운 노림수였다. 비거리가 무려 130m에 달했다.
고승민은 "팀이 이기는데 보탬이 되서 좋다. 연타석 홈런보다 팀이 승리해서 더 기분좋고, 좋은 타구가 나온 점에 만족한다. 강하게 임팩트를 주려 노력한게 홈런이 됐다. 발사각보다는 좋은 타이밍에 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제의 본헤드 플레이 때 가장 먼저 "괜찮다"며 격려해준 선수가 바로 대선배 이대호였다. 이날 홈런을 친 뒤에도 이대호가 '하나 더 치고 오라'며 축하해줬다고. 고승민은 "그런데 삼진을 먹었다. 다음에는 잘 쳐보겠다. 후반기에도 잘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 5강이 아니라 더 높게 올라가고 싶다"며 웃었다.
지난 허리 통증의 기억도 씻은듯 날려버린 하루였다. 이날 활약으로 타율 2할에도 올라섰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