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 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21라운드에서 전북 수비수 김진수는 전반 20분 그림같은 왼발 중거리슛으로 득점한 뒤 전북 벤치쪽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사이드라인 부근까지 나와 박수를 보내고 있는 외인 공격수 일류첸코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누가 봐도 작별의 시그널이었다.
김진수와 일류첸코의 포옹이 의미하는대로 이날 경기는 고별전이었다. 독일 출신 일류첸코의 FC서울행이 임박했다. 복수의 이적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구단간 합의를 끝마쳤다. 선수와의 개인 협상도 마무리 단계다. 메디컬테스트만 남은 상태다.
일류첸코의 서울 이적은 서로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서울은 K리그1 20경기에서 22골에 그쳤다. 의도적으로 외인 공격수 없이 시즌을 시작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외국인 공격수 영입에 몰두했다. 브라질 수비수 히카르도 실바와 호주 윙어 벤 할로란이 각각 심장 문제와 적응 문제로 팀을 떠나면서 외국인 쿼터에 빈자리가 생겨 영입에 큰 무리는 없었다. 국내에서 검증된 외인 공격수와 가성비가 좋은 해외리그 공격수를 두루 살폈다. 추가등록기간인 15일을 넘기지 않기 위해선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전북은 인천전을 2대2 무승부로 마친 뒤 김상식 전북 감독이 말한대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선두 울산을 추월하기 위해 파괴력을 지닌 공격수가 필요했다. 지난 시즌 폭발적인 활약으로 전북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지만, 올시즌 17경기에서 2골에 그친 일류첸코를 정리하는 분위기로 흘렀다. 전북과 서울은 지난달말 1차 협상에서 이적료 차이로 결론을 짓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제주 유나이티드가 일류첸코 영입전에 뛰어들었는데, 제주는 일류첸코와의 개인 협상에서 이견을 보였다.
지난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전북의 K리그1 20라운드를 마친 뒤 양 구단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이 자리에서 서로의 니즈를 확인한 뒤로는 협상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선수 본인이 포항 시절 찰떡궁합을 선보인 팔로세비치가 있는 서울행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서울은 K리그1에서 개인통산 45골-12도움(95경기)을 올린 '검증된 공격수'를 품었다. 적잖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분위기를 반전해 그룹A로 진입하기 위해선 일류첸코급 선수가 필요하다고 안익수 서울 감독과 구단은 판단했다. 16일 대구와의 22라운드 홈경기에서 데뷔할 것이 유력하다.
서울은 일본 출신 미드필더 오가와 케이지로(30·요코하마FC) 임대도 사실상 확정지었다. 오가와는 체구는 작지만 움직임이 좋은 서울 베테랑 미드필더 고요한(34)과 비슷한 유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은 발빠르게 빈자리 메우기에 나섰다. 오는 9월 국가대표 공격수 조규성이 김천 상무에서 전역해 복귀하는 만큼 최전방 공격수보다 측면에서 경기를 풀어줄 윙어를 물색했다. 지난달 구단 스카우트가 직접 브라질로 날아가 특정 선수를 점찍었고, 김 감독도 만족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건은 시간이다. 15일 이전까지 협상을 완료하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 까다로워진 비자 발급을 받으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