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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안나' 정은채 "현장을 좋아하게 된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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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배우 정은채가 쿠팡 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를 통해 배우로서 새로운 도전을 예고했다. 정은채는 7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안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평단의 호평을 받은 정한아 작가의 장편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원작으로 한 '안나'는 2017년 영화 '싱글라이더'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이주영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정은채는 배려도 악의도 없이 오직 자신의 우월한 인생을 즐기며 사는 현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보통 돈이 많을수록 부러울 것이 없다고 착각할 수 있는데, 인간이란 원래 완벽할 수 없고 부족한 면이 누구나 존재한다. 현주도 외적으로 가진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채워질 수 없는 부족함이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절박한 꿈과 희망이 없었기 때문에 미묘한 허무함이 존재했다고 느꼈다. 현주는 항상 '무엇이 나를 완벽하게 만드나'라는 고민을 했을 것 같다."

정은채는 2018년 종영한 SBS 드라마 '리턴'에서 단아한 재벌가 며느리이자 사랑스러운 아내 금나라를 연기한 바 있다. '안나'에서도 재벌 연기를 펼친 그는 전작과의 차별점에 대해 "작품을 시작할 때 '배려도 없고 악의도 없는 악역'이라고 핵심적인 포인트가 잡혀있었다"며 "주인공을 괴롭히고 표독스럽기만 한 악역이 아니라 나이대에 맞게 밝고 명랑한 부분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극 중 현주의 밝은 모습이 오히려 상대적인 박탈감을 부각시킬 수 있게끔 만들었다"고 전했다.

"캐릭터를 연기할 때 제스처와 표정 연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 보통 촬영 전에 생각했던 것과 현장에서 다르게 진행되는 경우도 많은데, 대사가 리듬감 있게 잘 짜여있었고 연기할 때 쉬어가는 타임이 모두 세팅돼 있었다. 현장에서 여러 차례 애드리브를 시도했더니 감독님이 작품에 많이 담아줬다. 특히 '안나'는 어두운 베이스가 깔려 있는 작품인데, 현주가 등장함으로써 환기되고 순환된 것 같다."

실제로 영국에서 8년간 유학 생활한 정은채는 유창한 영어실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감독님과 알게 된 지 꽤 오래됐다. '안나' 캐스팅을 시작하기 전부터 꼭 현주를 연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캐릭터를 발전시키고 바뀌어가는 과정을 함께 했다. 극 중 영어를 사용하거나, 혹은 과거에 미술을 전공하고 영국에서 살다온 설정은 아마 나를 염두하고 캐릭터를 변형시킨 것 같다."



'안나'는 지난 24일 공개되자마자 뜨거운 화제성을 입증했다. 정은채는 "그동안 여러 작품에 출연하면서 캐릭터의 직업군 또는 연기톤 등을 다양하게 시도를 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연기로 인해 많은 분들이 놀랐던 것 같다. 이런 내 모습이 익숙하지 않아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우려와 달리 잘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연기 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외적인 부분에 있어서 신경 쓴 부분도 언급했다. "수지와 스타일링을 담당하시는 분이 같다 보니 사전 미팅을 여러 차례 진행했었다. 의상이 단순히 화려해 보이고 예뻐 보인다는 의미를 넘어서 캐릭터를 의상만으로도 설명할 수 있었으면 했다. 의상 색상도 현주만이 소화할 수 있는 팔레트이기를 바랐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입어보는 옷이 많았는데, 막상 공간 속에 캐릭터가 존재하니까 이 또한 보는 재미가 있었다."

현주와 본인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나는 상대방에 대한 캐치가 빠른 편인데, 현주는 현재 본인의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고 사회적으로 배려가 없는 인물이다. 대본에서 동등한 위치라고 설정이 안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연기였다. '갑'과 '을'이라는 관계가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보여지는 게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감독님이 이 부분에 대해 전혀 타협을 안 해줬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감독님의 고집스러운 연출 방식이 현주를 잘 담아낼 수 있는 키 포인트가 됐다"고 웃었다.

극 중 딸 스텔라를 누구보다도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정은채는 "현주에게 딸이라는 존재는 평범하고 소중한 일상을 전해준 귀한 선물"이라며 "현주의 숨구멍이자, 유일하게 인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야기의 뿌리가 되는 인물은 아니기 때문에 정해진 분량에서 매 장면마다 목표를 정하고 연기를 해야 했다. 해당 장면에서 보여주지 못하면 기회를 잃은 것과 마찬가지다. 현주가 딸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신은 이러한 특징을 잘 녹여낸 장면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안나의 인생을 훔친 수지와는 대립 관계를 형성하며 극의 긴장감을 더했다. "아마 살면서 이와 같은 충격을 처음 받아보지 않았을까 싶다. 어떻게든 문제를 다시 되돌려서 유리한 쪽으로 해결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처음 유미와 대면했을 때는 단순히 분노와 화가 치밀어 오르지 않았다. 감정이 정리된 상태에서 맞닥뜨렸기 때문에 이성적인 면모를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유미가 무릎을 꿇는다는 예상을 하지 못했다고. "순간적인 행동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정말 유미답다고 느꼈다. 유미는 설명을 길게 늘어뜨리지 않고 현실을 빠르게 판단하며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인물이다. 현주는 사실 유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지도 않고 알 수도 없다. 하지만 긴장감 있는 속도로 페이스를 가지고 오는 것이 유미의 역할이었다."

함께 호흡을 맞췄던 수지에 대해서는 "'안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을 때, 딱 내가 보고 싶었던 글이었다. 주인공이 드라마틱한 일을 겪지만, 일상적이고 평범한 감정들을 잘 녹여낸 시나리오였다. 만약 이 시나리오를 모든 여배우들이 읽었다면 꼭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이러한 작품의 주인공을 과연 누가 맡게 될까 기대했는데, (수지를 캐스팅한) 감독님의 선택이 탁월했다고 생각했다. 수지도 자신의 틀을 깨면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훨씬 더 짜릿하게 잘 담기지 않았나 싶다"고 극찬했다.

마지막으로 정은채는 "이번 작품을 통해 현장에서 자유로워지고 편해진 내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다"며 "아마 현장을 깊이 좋아하게 된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앞으로 출연하게 될 작품의 현장도 이러한 분위기라면 배우로서 도전적인 변신을 더 보여드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