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5회까진 전직 메이저리거들의 맞대결다운 명품 투수전. 하지만 두 투수의 교체와 함께 흐름이 뒤바뀌었다. 이래서 재미있는 게 야구다.
KT 위즈는 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10차전에서 6대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KT는 최근 6연승을 질주했다. '빅3' SSG 랜더스-키움 히어로즈-LG 트윈스와의 차이는 아직 멀지만, 이들을 뒤따르는 KT의 걸음도 결코 느리지 않다.
반즈와 벤자민.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뛰던 투수간의 대결. 두 선수 모두 좌완인데다, 투구 템포가 빠르고 자신만만한 피칭을 즐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기 초반은 반즈와 벤자민이 서로의 타선을 압도했다. 5회말까진 1시간으로 충분했다. 반즈는 볼넷 하나를 내줬을 뿐 단 61구로 KT 타선을 노히터로 꽁꽁 묶었다. 벤자민도 2안타 2볼넷 무실점, 77구로 잘 막았다.
먼저 선취점을 낸 쪽은 롯데였다. 6회초 선두타자 황성빈이 1루 쪽을 꿰뚫는 2루타로 출루했고, 이대호와 전준우가 진루타와 희생플라이를 이어가며 황성빈의 홈인을 도왔다.
'디펜딩챔피언' KT도 만만찮았다. 6회말 선두타자 오윤석이 유격수 옆쪽으로 빠지는 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심우준의 내야 땅볼과 폭투, 조용호의 희생플라이로 곧바로 동점.
그런데 벤자민은 7회초, 정 훈과 피터스를 잡아낸 뒤 '1할 타자' 안중열에게 솔로포를 허용했다. 안중열로선 2019년 7월 26일 SK 와이번스전 이후 1078일만에 본 손맛이었다. 결국 벤자민은 6⅔이닝 5안타 2실점의 성적표를 남긴 채 김민수와 교체됐다.
KT는 더욱 강렬한 반격을 가했고, 롯데는 자멸했다. 알포드와 박병호의 연속 안타로 무사 1,2루. 래리 서튼 감독은 고민 끝에 반즈를 바꾸지 않았다.
이어진 장성우의 희생번트. 이때 포수 안중열이 3루를 가리켰다가 황급히 1루로 바꿨고, 리듬을 놓친 반즈는 1루에 악송구하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진 황재균의 땅볼로 동점. 반즈 역시 5회까지의 완벽투 대신 6~7회의 혼란스런 실점만 남긴채 교체됐다.
그리고 반즈의 실점은 '4'로 늘었다. 바뀐 투수 구승민은 박경수에 고의4구, 오윤석에게 밀어내기 볼넷, 심우준에게 3루 강습 2타점 적시타를 잇따라 허용했다. 2사 후 배정대의 잘맞은 중견수 쪽 안타성 타구를 황성빈이 건져올리며 이닝을 마쳤지만, 이미 점수는 2-5로 뒤집힌 뒤였다.
KT는 7회초 황성빈의 내야안타에 이은 전준우의 1타점 2루타로 1점을 내줬지만, 한동희의 우중간 장타성 타구를 이번엔 배정대가 건져올리며 복수에 성공했다. 이어 주권, 김재윤이 잇따라 마운드에 올라 롯데의 공세를 막고 뒷문을 지켰다. KT는 8회말 장성우가 롯데 최준용을 상대로 솔로포를 쏘아올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심우준의 적시타는 KT 위즈는 팀 5000타점을 달성하는 기념비적인 한방이었다. 홀드를 기록한 주권은 역대 13번째 100홀드, 10번째 3년 연속 두자릿수 홀드의 이정표에 도달했다. KT로선 기쁨이 두배가 됐다.
수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