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주무기는 150㎞가 넘는 직구. 그런데 사이드암이다. 직구는 전부 투심이다.
이강준(21·롯데 자이언츠)을 향한 야구계의 기대가 뜨거운 이유다. KT 위즈 시절 새파란 신인을 이강철 감독이 직접 1대1로 투구훈련을 지도했다.
지난해 무려 1대2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트레이드 대상도 '금값'이라는 포수 김준태, 그리고 한방과 경험을 갖춘 내야 유틸리티 오윤석이었다. 미래를 내주고 대신 전력의 아쉬움을 메운 KT는 이해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거머쥐었다.
올해 오윤석은 노장 박경수를 제치고 2루 주전 자리를 꿰찼다. 신예 장준원과 주전 다툼 중이다. 김준태 역시 장성우의 주전 자리를 넘보진 못하지만, 공수에서 지난해 허도환의 역할 이상을 해주고 있다는 평가.
이제 롯데의 점수판을 살펴볼 때다. 이강준은 '원석'에 가까운 21세의 어린 투수다. 강렬한 투심을 던지는 어린 사이드암. 준수한 비주얼까지 갖췄다. 희소성도 있고 재능도 넘친다. 누구나 군침 흘릴 자원이지만, 좋은 재능을 지녔다 한들 잘 키워내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해 롯데에서 총 11경기에 나섰지만, 5⅔이닝 평균자책점 9.53에 그쳤다. 대부분 경기 후반부, 승패와 무관한 상황에 나선 점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컸다. 올해도 1군 성적은 6경기 3이닝 1홀드, 평균자책점 15.00에 불과하다. 최 건(23)과 더불어 최준용의 짐을 덜어줄 선수라던 기대치에 턱없이 모자라다.
하지만 퓨처스에서는 다르다. 적어도 그 잠재력의 편린만으로도 눈부시게 빛난다.
20경기에 등판, 28이닝을 소화하며 1승2패1세이브2홀드를 올렸다. 평균자책점은 3.86. 14개의 볼넷을 내줬지만, 17개의 삼진도 잡아냈다.
특히 지난 6일에는 KT 위즈 2군과의 경기에서 깜짝 선발 등판, 5이닝 2실점(1자책)으로 호투했다. 안타를 단 1개만 허용한 압도적인 구위가 돋보였다.
롯데는 대체선발 1순위 후보였던 이승헌의 8월 군입대가 확정됐다. 또다른 선발후보 나균안은 1군에서 꾸준히 불펜으로 등판중이다. 이강준이 그 자리를 메우는 걸까.
7일 만난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지금 이강준은 멀티이닝 소화를 연습중"이라고 답했다. 선발 전환은 나중 문제고, 지금은 투구수를 늘려놓는 단계라는 것. 서튼 감독은 "인생의 가장 큰 선생은 경험이다. 이강준처럼 어린 선수가 빨리 성장하려면, 많은 등판 경험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롯데 1군에서 경험을 쌓고 있는 진승현 역시 마찬가지다. 진승현은 6일 SSG 전에 8-2로 앞선 7회 등판했다. 2아웃을 가볍게 잡았지만, 추신수 최지훈에게 백투백 홈런을 허용했다.
서튼 감독은 "진승현은 좋은 투수다. 하지만 긴 야구인생에서 앞으로 계속 더 많은 홈런을 맞게 될 것"이라며 지나간 일에서 배우고 이겨낼 것을 주문했다.
"어린 투수들은 마운드에서 자신의 공에 자신감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 최선을 다해 경쟁해야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강점, 정체성을 잃어선 안된다. 자기 색깔을 놓치고 흔들리는 투수는 성공할 수 없다."
인천=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